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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슈 연금과 보험

가입률 0.9%인데, 펫보험 전문사?… “제도부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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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CU 편의점을 찾은 고객이 택배기기 스크린에 뜬 펫보험 설명을 보고 있다./BGF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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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미니보험 전문사’ 설립을 유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금융위원회가 이번엔 펫보험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펫보험 전문사’ 설립을 허용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당장 펫보험 전문사가 등장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료항목 표준화와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6일 펫보험 전문사 진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다. 재무건전성과 소비자보호 조치, 사헙계획의 건전·타당성을 심사해 진입 허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펫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필수 제도로 손꼽혔던 반려동물 의무 등록제와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진료항목 표준화 등도 추진된다.

◇ “리스크 크다” 전문사 설립에 회의적인 보험사

보험업계는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와 진료항목 표준화 등 펫보험 인프라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펫보험 전문사 출범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국내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2027년 6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블루오션’ 시장으로 꼽히지만, 펫보험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이라 성급하게 시장에 진입했다가 손해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펫보험 전문사는 펫보험만 취급하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다양성이 떨어지고 영업채널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수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펫보험 선진국인 스웨덴·영국·노르웨이·일본처럼 가입률이 12~40% 정도에 이를 정도로 수요가 충분해야 자회사 설립을 검토할 조건이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0.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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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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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보험시장에서 펫보험 전문사를 출범시키는 것은 결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미니보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확산되지 않았고, 펫보험에 대한 대중 인식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 상황이 펫보험 전문사 출범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금융 당국에 보험료율 인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와는 다른 환경이다”라며 “여러 규제나 환경을 생각했을 때 펫보험 전문사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 펫보험 전문사 이미 여러 차례 실패

금융위가 펫보험 전문사 진출을 유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금융위는 2021년 6월 미니보험 전문사 진출을 위해 ‘소액단기 전문 보험업’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금융위는 “반려동물 치료비와 관련해 저렴한 비용으로 꼭 필요한 보장을 제공함으로써 640만 반려동물 가구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펫보험 전문사는 물론 미니보험 전문사조차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동일 보험그룹 내 생명·손해보험 각 1개 사만 진입을 허가했던 ‘1사 1라이선스’ 제도를 유연화하면서 “동물보험 특화 보험회사가 추가 진입 시 전향적으로 허가할 예정이다”라고 했으나, 결과는 같았다.

보험업계는 당분간 펫보험 전문사가 등장하기보단 기존에 판매되던 펫보험이 강화되거나 신상품 출시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펫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는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메리츠화재를 포함해 11곳이다.

특히 반려동물 관련 핀테크들이 보험사와 손을 잡고 펫보험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앞서 DB손해보험은 지난달 반려동물 등록과 인공지능(AI) 기반 동물안면인식 기술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다음펫’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원칙적으로 펫보험을 취급할 수 없는 생명보험사지만, 인슈어테크 회사인 ‘스몰티켓’에 투자하며 펫보험 시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려면 활성화 방안인 반려동물 의무 등록제와 진료내역·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진료항목 표준화 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는 반려동물 진료체계가 통일돼 있지 않아 같은 질병이라도 병원마다 진단 내용과 명칭이 제각각이고 진료비도 천차만별이다.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 범위도 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펫보험 시장 활성화 성패는 금융위와 반려동물 의무 등록제를 추진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 주체인 수의계, 펫보험 상품을 개발하는 보험업계가 건설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느냐로 귀결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모든 제도개선을 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농식품부 등과 협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수의계 등과도 협업이 제대로 돼야 펫보험 활성화 방안이 뒤따라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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