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점수, 무명-정신의위치(책장), 2023, wood, 110x300x1700mm. 아트스페이스3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각가 나점수의 가구 설치 모습. 아트스페이스3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책 단 한 권만 꽂을 수 있게 만든 책장, 마감하지 않은 안쪽 면엔 깎아낸 나뭇결이 살아있다. 길쭉한 타원형의 책장에 꽂힌 책을 보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내부를 응시하게 된다.
조각가 나점수가 만든 가구는 가만히 응시하는 시간과 침묵 속에 사유할 공간을 만들어낸다. 거친 나뭇결이 살아있는 테이블은 두꺼운 상판의 안을 파내 들여다보고 만질 수 있게 했다. 옮기기 불편할 정도로 묵직한 의자에 앉으면 무게감이 몸에 고스란히 전해져 자연스레 생각에 잠기게 된다.
아트스페이스3(서울 효자로)에서 열리고 있는 ‘신식가구(新識家具)’전에선 나점수(조각가), 방석호(목수), 송기두(가구 디자이너), 정명택(아트퍼니처 작가)이 가구를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한국 가구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다. 토넷의 의자 14번, 알토의 스툴, 야콥슨의 개미의자 등 서양 가구는 견고한 역사를 지니고 유명 가구 디자이너를 탄생시켰다. 반면 좌식 생활에 기반한 조선가구는 근대화와 서구화의 물결 속에 실생활에서 멀어졌다. ‘신식가구’의 식(識)은 알아차린다는 뜻으로, 한국 작가들이 포착한 가구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주안점을 뒀다.
방석호, 일월문 책반닫이. 아트스페이스3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방석호, bc 반닫이, 2023, walnut, 620×380×750 mm 아트스페이스3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가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 이수자인 방석호 목수는 전통적인 조선의 반닫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상자 형식의 조선 목가구인 반닫이를 최소한의 기능적 요소만을 남기고 미니멀하게 표현했다. 검게 칠한 먹색의 나무에 손잡이만 남긴 ‘일월문반닫이’가 전통적인 작업 방식을 따랐다면, ‘ray 반닫이’는 기존 제작방식의 틀을 깨고 나무를 통으로 깎고 곡선을 살렸다.
아트퍼니처 작가 정명택은 경주 황룡사 터에 놓은 초석에서 영감을 얻은 ‘둠’을 선보였다. 초석을 청동으로 주조해 청동 본연의 색깔을 살릴 수 있도록 색을 입히고 벗기는 과정을 거듭해 재료의 물성과 황룡사 초석의 느낌을 살렸다. 무게가 140㎏에 달하는 벤치를 통해 1500년 전 신라시대부터 전해온 한국적 정신과 미를 담았다. 정명택은 “마모된 육면체 덩어리로 무위와 무심, 무형의 철학을 담고자 했다. 사물과 공간의 근본적 관계에 대한 탐구로서 인간이 사물을 특정한 장소에 두는 행위와 시공간의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건축을 전공한 가구 디자이너 송기두는 가구에 건축의 구조적 요소를 가져왔다. 원목으로 작업한 옷걸이, 의자, 거울 등은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지고 앞과 뒤, 좌와 우에서 보이는 모습이 모두 다르게 만들었다.
한국적 전통에 기반한 방석호와 정명택의 작품부터, 가구의 미적 오브제로서의 측면에 초점을 두면서도 비어 있는 공간과 곡선 등에 한국적 요소를 넣은 나점수와 송기두의 작품까지 ‘한국적 가구’의 다양한 측면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육상수 우드플래닛 대표는 “지금의 가구는 산업디자인의 전유물이면서 유럽 가구의 역사에 머물러 있다”며 “가구를 대상으로 각기 다른 장르의 물질과 형태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9일까지는 VIP를 대상으로 공개되며, 다음달 4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정명택의 둠 시리즈의 설치 모습. 아트스페이스3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구 디자이너 송기두의 가구들. 건축적 요소를 기반으로 조형미를 살렸다. 아트스페이스3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 오뉴완으로 레벨업, 오퀴완으로 지식업! KHANUP!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