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지원금 중단→번복→확대
팔레스타인 12세 소년 모하메드 소피가 1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난민캠프에서 파괴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가자지구=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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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이라는 초대형 이슈를 두고 유럽연합(EU)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EU 수장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스라엘의 잔인함을 비판하지 않아 뭇매를 맞는가 하면, EU 당국자들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번복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방어권"만 강조한 EU수장에 '비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테러조직으로 분류하는 하마스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기 위해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찾았다. 그는 하마스 대원들이 들이닥쳐 이스라엘인들을 살해하고 납치한 장소인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편이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맨 오른쪽) 유럽연합(EU) 잡행위원장 등 EU 고위 관계자들이 11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 건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에 의해 이스라엘에서 희생된 피해자들에게 연대를 표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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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은 논란이 됐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하고 미사일 공습을 퍼부으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쏟아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전혀 비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 중 민간인 살해와 이동권 박탈은 국제법 위반이다. 유럽의회 보안국방위원장 나탈리 루아조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스라엘은 인도주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잊었다"고 일갈했다고 미국 폴리티코는 전했다.
EU 내부에서 중동 정세에 대한 메시지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민간인 공격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EU를 대표하는 메시지인지는 불분명하다.
'불협화음' 심각성에... '통일된 행동방침' 수립 나선 EU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을 두고도 혼선이 빚어졌다. 9일 올리버 바헬리 EU 확대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팔레스타인 온건파 자치정부(PA)와 민간인에 대한 EU의 인도주의적 지원금이 하마스로 흘러갈 수 있다며 "EU의 모든 지원은 즉시 중단된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을 비롯한 회원국들이 반발하자 보렐 고위대표는 하루 만에 "중단은 없다"고 수습했다. 14일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2,500만 유로(약 356억 원)에서 7,500만 유로(약 1,069억 원)로 3배 늘리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EU도 불협화음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이사회는 15일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에 "국제법에 근거해야 한다", "모든 민간인 보호가 중요하다"는 문구가 더해진 성명을 발표하며 "이것이 공통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17일엔 EU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중동 정세에 대한 명확하고 통일된 행동 방침'을 논의하지만, 통일된 입장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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