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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그때 대사님 손이 참 따뜻”… 국감서 재회한 태영호·황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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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英서 근무한 南北 외교관

국회의원·피감 대상자로 만나

조선일보

국민의힘 태영호(왼쪽) 의원이 15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황준국 주유엔 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7년 전 영국에서 북한 공사와 한국 대사 신분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이날 국회의원과 피감 재외공관장으로 재회했다. /워싱턴특파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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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님이 그때 제 손을 잡아줬는데 대단히 따뜻하더라고요. 대사님 손에 항상 그렇게 온기가 흐르는가요?”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의 한국 대사관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남북 교류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며 이 자리에 출석한 황준국 주유엔 대사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 약 10년 동안 영국 런던의 북한 대사관 공사로 근무했고, 황 대사는 2016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영국 대사를 지냈다. 남북 외교관이었던 두 사람이 국회의원과 피감(被監) 대상인 재외공관장으로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태 의원은 “그때는 제가 공사였고 황 대사는 대사여서 외교 서열상 저보다 위였기 때문에 예의도 깍듯이 갖추며 대했는데 오늘 제가 질의를 어느 정도 세게 해야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조금 세게 한다고 해도 내심 외교 선배로는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해 국감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태 의원이 이날 유엔 회의 때마다 카운터파트인 김성 북한 대사와 종종 설전을 벌인 황 대사를 상대로 ‘폭풍 질문’을 쏟아내 황 대사가 진땀을 뺐다.

태 의원이 황 대사와의 인연을 언급한 건 유엔 같은 국제사회 무대에서 자주 마주치는 남북 외교관들이 물밑에서 교류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태 의원은 “황 대사가 영국에 있을 땐 먼저 다가와 말도 걸고 손도 잡아주고 항상 웃고 따뜻한 모습이었다”며 “그런데 최근 TV에 나오는 모습은 대단히 강경하다”고 했다. 태 의원이 “현장에서 강하게 하더라도 김성 대사를 보고 식사를 하거나 커피 한잔 한다거나 주동적으로 다가간 적이 있느냐”고 묻자 황 대사가 “아직 없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북한 외교관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업무 지시가 내려와서 그러는 것이냐” “영국에 있을 땐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황 대사는 “북한이 제재 등으로 위축됐고 스스로 기피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그렇게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황 대사와 남·북 외교관으로 교류했던 시점에 북한이 핵실험을 해 국제사회 지탄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남북 관계가 강대강으로 맞서는 상황이지만 비공식 석상이나 회의장 밖에선 주동적으로 접근하고 그들이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식사도 초청하는 등 적극적인 접근이 있어야 된다”고 주문했다. 김태호 외통위원장도 이날 “아무리 교착 상태지만 유엔 차원에서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대사와 태 의원 모두 엘리트 외교관 출신이고 중간에 고초를 겪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2013~2014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를 지낸 황 대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이면 합의’ 의혹이 제기돼 영국 부임 2년여 만에 귀임 조치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2021년 대선 후보 후원회장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초대 주유엔 대사에 임명됐다. 태 의원은 북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2016년 8월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다. 2018년 자서전 ‘3층 서기실의 암호’가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1대 총선에선 탈북민 출신으로 최초로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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