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단독]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계명대 교수 '성비위'… '갑을 문화' 청산 시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 두 차례나 교수 성폭력 문제로 '시끌'
재작년, 작년도 연이어 비슷한 사건 '몸살'
"학위 지도교수가 전권을 쥔 구조 바꿔야"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 지역 대표 사학 중 하나인 계명대에서 올해 들어 교수들의 성비위 사건이 연이어 터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도교수 권한이 절대적인 박사과정에서 ‘갑을 문화’가 여전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16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 6월 계명대 A교수가 사적인 자리에서 제자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성희롱 발언을 해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대학 측은 "인권센터 조사와 징계위원회를 끝냈기 때문에 곧 해당 교수에게 징계 결과를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 교수 B씨도 제자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8월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범행은 2년 전인 2021년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5월 14일에 벌어졌으나 피해자가 대학 인권센터에 신고하고, 수사기관에 고소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이 교수는 올해 3월 파면됐다.
연관기사
• 스승의날 인사 온 제자 성폭행 후 금품까지 요구한 사립대 교수… 파면 이어 검찰 송치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01216390003934)
• '궁녀는 수청을 들라'... 대학원생 성희롱한 교수 해임 정당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91313480005962)

앞서 2021년 10월엔 계명대 C교수가 자신은 ‘황제’, 외국인 유학생은 ‘궁녀’로 칭한 뒤 “궁녀는 황제에게 수청을 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성희롱과 품위손상 행위로 해임됐다. 메시지는 “기분이 좋아지려면 너의 수청을 받아야 한다. 오늘 저녁에 수청을 들도록 하여라” “총명하고 예쁜 궁녀 보고 싶구나. 캄캄한 밤에 달빛 아래서 만나면 되겠구나. 나의 키스를 받고 잘 자거라” 등 낯 뜨거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계명대 부속 병원인 동산병원 D교수도 지난해 10월쯤 간호사 회식 자리에서 성적수치심을 자극하는 발언과 성추행을 해 정직 처분을 받았고, 같은 해 말 남자 인턴 의사가 여자 인턴 숙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학위 지도교수가 전권을 쥔 구조와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 B교수와 C교수 모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피해자의 논문 지도 및 심사 교수였다. 계명대는 대구의 사립대 중 유일하게 박사과정이 있는 4년제 대학이다.

B교수에게 피해를 당한 대학원생의 경우 성폭행에 항의했지만 적반하장 격으로 오히려 금품을 요구받았고, 이를 거절한 뒤 논문심사에서 탈락했다. 지도교수의 위력을 실감한 피해자는 하루빨리 졸업해서 B교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논문심사 탈락으로 성폭행과 협박은 계속됐다. 어쩔 수 없이 한 번은 1,000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에 대해 B교수는 “성폭행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논문지도를 부적절한 장소에서 했고,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도 사실”이라며 박사논문 지도 과정의 문제는 시인했다.

C교수 역시 박사논문 심사위원의 지위를 활용했다. 수청을 들라는 어이없는 요구에 유학생이 답변을 피하자 “너의 수청을 받지 못해 기분이 별로다. 이제 최종심사에서 결정만 내릴 것이다. 궁녀의 할복자살을 위하여”라고 논문심사 탈락을 암시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성비위 사건이 터지면 밖으로 알려질까 두려워 일단 ‘쉬쉬’ 하는 행태도 문제를 키운다. 이 대학 인권 담당 관계자는 “교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 측은 숨기기에만 급급한데 무슨 경종을 울리겠느냐”며 “갑을 관계가 확고한 박사과정부터 무기명 설문조사 등을 실시하는 등 실질적인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