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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취재파일] 철도 업무 중 음주 적발, 형사처벌은 '복불복'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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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종사자 음주 0.02%, 0.01%



철도종사자는 업무 중 음주를 하면 안 됩니다. 자칫 음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철도 사고는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 중 음주 금지는 법으로 명시(철도안전법 41조)돼 있습니다.

철도안전법 41조는 철도 종사자 직군을 7가지로 분류하고, 업무 중 술을 마시면 형사 처벌하는 벌칙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도로에서의 차량 음주운전과 비교해 적발 기준도 더 엄격합니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으면 면허정지 처리됩니다. 철도종사자들의 경우 일부 직군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2%만 넘어도 처벌을 받습니다.

코레일은 사고 방지 차원에서 업무 투입 전 직원들을 상대로 음주 검사를 합니다. 업무 투입 전 술을 마시고 출근하는 직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레일은 혈중알코올농도가 0.01%만 나와도 업무에서 배제시킵니다. 나름 불미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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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간 28명 적발, 징계의결서 입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코레일에서 음주로 적발된 직원은 28명입니다. 이들의 징계의결서를 입수했습니다. 해당 직원의 신상은 가려진 채 음주 적발 과정 등이 담겨있는 자료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의원실의 김광연 비서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 [단독] 술 마시고 열차 운행한 직원들…코레일은 '식구 감싸기' (SBS 8뉴스, 10월 11일)

28건의 징계의결서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4건은 업무 전, 나머지 14건은 업무 중 적발된 사례입니다. 업무 전 적발은 통상 이뤄지는 자체 음주 검사에서 기준 이상 수치가 나온 것을 의미합니다. 코레일은 이들이 업무 전 적발인 만큼 업무 중 음주를 해선 안 된다는 철도안전법 41조를 위반한 게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업무 중 적발된 14건 가운데 1건은 적발은 됐지만, 음주 수치가 0.01%가 나온 사례입니다. 적발 기준인 0.02%를 넘지 않아 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분류됩니다. 나머지 13건은 철도안전법 41조 위반입니다. 코레일도 13건은 철도안전법 위반이 맞는다고 인정했고, 이들의 징계의결서에 해당 법 위반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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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코레일 직원 13명이 업무 중 음주 단속에 걸렸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입니다. 말 그대로 '업무 중' 음주로 걸린 직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절에 비말 전파 우려 때문에 일시적으로 업무 전 음주 검사를 코레일이 제한했던 시기가 있었고, 이때 숙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업무를 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철도안전법 위반 13명, 형사처벌 '복불복'



문제는 적발된 13명 직원 모두 형사처벌받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13명은 다시 적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1명은 코레일 자체적으로 적발했습니다. 코레일 감사실에서 적발한 경우도 있고, 동료 직원에게 적발된 사례도 있습니다. 이 밖에 2명은 수사권이 있는 철도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여기서 형평성 논란이 생깁니다. 코레일 직원에게 적발된 11명은 자체 징계만 받고 끝났습니다. 철도경찰에 적발된 2명은 형사처벌과 징계, 두 가지를 다 받았습니다. 철도경찰이 음주 적발 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 재판에 넘긴 겁니다. 반면에 코레일은 자체 적발한 11명이 철도안전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고서도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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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 주체에 따라 형사처벌이 유무가 결정됐던 것입니다. '복불복'입니다. 철도경찰에 적발된 2명의 위반 내용이 코레일에 적발된 11명의 비위보다 더 심각한 것도 아닙니다. 2명 모두 전날 숙취가 남은 상태로 업무에 투입됐다가 적발됐는데, 코레일에 적발된 11명 가운데 일부는 운전실 혹은 역무실 내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코레일, 왜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나?



코레일 임직원 행동강령에는 직원 고발조치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직원이 저지른 범죄가 파급할 수 있고(파급력이 있고), 수사 시 비위 규모가 더 밝혀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고발하도록 나와 있습니다. 코레일은 자체적으로 업무 중 음주 적발 직원이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횡령, 배임 등 관련한 범죄는 고발조치했지만, 음주 적발은 단순 법 위반으로 보고 파급할 개연성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철도 업무 중 음주가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만큼 파급 개연성이 없다며 가볍게 넘어갈 문제인지는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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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코레일이 수사기관에 철도안전법 위반 직원을 알리지 않았다고,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려워 보입니다. 직무유기죄를 떠올려 볼 수 있지만, 공공기관인 코레일의 직원을 해당 죄로 의율 할 순 없습니다. 결국, 코레일 자체적으로 고발 조치를 더 엄격하게 하든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든 해야 합니다.

음주 적발 시 수시기관 통보 의무화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는 게 하나의 문제 해결 방법입니다. 철도안전법 위반 직원을 적발하면 의무적으로 수사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면 됩니다. 이번 사태도 결국 의무화 조항이 없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번 기회에 한 가지 더 고려해 볼 사안이 있습니다. 업무 중 음주를 하면 철도안전법 41조에 따라 처벌을 받는데 최대 형량이 3년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적발 시 최대 형량이 6년입니다. 음주 상태로 자동차를 몰기만 해도 인명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형량이 6년인데, 철도 음주는 최대형량이 도로 음주의 절반인 3년입니다.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게 철도 사고인데, 더 가벼운 차별을 받게 됩니다. 철도 운전은 신호 오작동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관제 지시에 따라 열차를 멈추고 다시 출발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반드시 명료한 정신 상태로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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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근무 중 음주 법 위반 여부 철저 조사"



▶ '근무 중 음주' 코레일 직원 자체 징계…국토부 "철저 조사"(SBS 12시 뉴스 10월 13일)

국토교통부는 SBS 보도 이후 보도설명자료를 냈습니다. SBS가 제기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 살펴보고, 제시한 해결책에 대해서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철도종사자 근무 중 음주에 대해 형량을 9년까지 상향하고, 음주 적발 시 수사기관 통보를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체 징계로 끝난 직원 11명에 대한 철도안전법 공소시효는 대부분 남아 있습니다. 국토부가 진상조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이끌어낼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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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범 기자 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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