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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이란 참전시 유가 150달러 이상, 오일쇼크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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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GDP도 전망치보다 1%P 하락 가능성

경향신문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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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확전할 경우 주요 원유 산지인 중동 정세 불안으로 ‘오일쇼크’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보고서를 16일 보면 하마스와의 무력충돌이 자칫 이스라엘·이란전까지 확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GDP)도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전쟁의 전개 양상을 가자지구 내 제한적 분쟁, 레바논과 시리아 등이 참전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리전, 이스라엘·이란 직접 전쟁 등 세 가지로 상정했다.

이 가운데 이란이 전쟁에 참전하면 국제 유가는 현재보다 배럴당 64달러가 뛴 150달러 선을 넘어서 ‘오일쇼크’가 올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자, 특히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 세계 경제를 압박할 수 있어서다. 이란이 전쟁에 참여해 이 해협을 봉쇄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가 지닌 예비 산유능력만으론 유가 급등을 막는 데 역부족일 수 있다.

이 같은 ‘오일쇼크’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이미 심각해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특히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경우 오일쇼크가 일어날 경우 국내 물가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1973~1974년 1차 오일쇼크와 1979년 이란혁명으로 비롯된 2차 오일쇼크는 당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중화학 공업 육성정책을 펼쳤던 국내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1973년 리터당 48.41원이던 국내 휘발유 가격은 1차 오일쇼크로 1974년 150.73원으로 211.4% 급등했다. 1978년 173원이었던 휘발유는 1979년 335원, 1980년에는 569까지 치솟았다.

1973년 리터당 22.76원이었던 경유는 1974년 55.50원으로 2배 이상 올랐으며 1980년에는 215원으로 뛰었다. 이런 여파로 당시 국내 물가 상승률은 1979년 18%, 1980년 1분기 29%나 됐다.

블룸버그는 전쟁이 현재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에서의 제한된 충돌이나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등 인근 친이란 진영이 참전하기만 해도 유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지난 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6%가량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78달러(5.77%) 오른 배럴당 87.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10월 3일 이후 최고치로 WTI 가격은 4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유가는 이번 주에만 5.92% 올랐다. 주간 상승률은 지난 9월 1일 이후 최대치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할수록 유가 상승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란은 올해 미국과 관계 개선의 조짐을 보이며 하루 원유를 70만 배럴 더 증산했지만 미국의 압박이 이어진다면 이 증산 결정을 철회할 수 있다.

이 경우 유가는 배럴당 3~4달러가량 오를 수 있다. 전쟁이 레바논과 시리아 등으로 확전한다면 배럴당 8달러 상승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이란전으로 사태가 번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지금처럼 양국 간 반감이 격화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당장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배럴당 150달러라는 절대 수치보다는 단숨에 오를 경우 경제 충격이 커지는 게 문제다. 앞서 금융위기 직전 글로벌 경제 거품 절정기인 2008년 7월 146.08달러까지 찍었고, 당시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48원을 넘긴 적도 있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10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와 관련해 최근 무력충돌이 격화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에너지 수급과 금융·실물 부문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이 다소 진정돼 가는 상황에서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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