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갈취 등 증언 속출... 경찰, 조사 착수
의혹 경찰관 "학폭 사실무근" 피해자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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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학창시절 동급생과 후배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학교폭력(학폭)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학폭 혐의를 받는 관할 지구대 소속 A경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A경장이 중학교에 다닐 때 동급생과 후배들을 상대로 학폭을 가했다는 내용의 민원이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민원을 제기한 B씨에 따르면, 학폭은 2009년 3월 그가 A경장이 있던 중학교로 전학하면서 시작됐다. 전학 직후 B씨가 학원에서 특정인을 아느냐는 한 학생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자, 다음 날 A경장이 교실로 찾아와 "나대지 말라"며 욕설을 퍼붓고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고 한다. 이후 B씨는 A경장의 끊임없는 괴롭힘에 시달렸다.
이듬해 같은 반에 배정된 뒤 A경장은 얼굴에 여드름이 난 B씨를 조롱하며 '여드름의 신(여신)'으로 부르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여드름 옮는다"며 망신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책상 뒤에서 수시로 침을 뱉으며 "네 얼굴 신경도 안 써준다"며 부모님을 모욕하기도 했다. B씨는 "A경장은 금품도 지속적으로 갈취했고 돈을 주지 않으면 화장실로 데려가 욕설을 퍼붓고 화장품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B씨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동창생 C씨는 "A경장은 '일진' 중에서도 행동대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학년 때 치마가 짧다는 이유로 화장실로 끌려갔는데, A경장이 손으로 이마를 여러 차례 밀었고 '못생긴 X이 화장해서 뭐하느냐'고 틈만 나면 비아냥을 해댔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그는 가해자를 피해 일부러 멀리 떨어진 고교로 진학했다.
A경장의 한 학년 후배였던 D씨도 "화장실로 끌려가 A경장이 쓰레받기와 빗자루로 배랑 옆구리 쪽을 찌르며 '나대지 말라. 까불지 말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운동장 한복판에서 동급생의 뺨을 때리거나, 다른 학생의 명치를 가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직 경찰관이 학창시절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해당 경찰과 함께 학폭에 가담한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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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A경장이 경찰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달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학폭 증거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A경장과 함께 학폭을 한 일부 가해자는 사과를 하기도 했다.
A경장은 학폭 사실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허위사실을 SNS에 유포했다"며 "B씨와 같은 반을 했지만 폭언, 폭행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A경장은 B씨를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거쳐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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