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광원의 이야기가 있는 걷기(제89회) - 서호천길
모락산길은 백운호수 - 임영대군묘역 - 오매기마을 - 김징 묘역 - 사근행궁터 - 골사그내를 거쳐 지지대비에 이르는 12.6Km 코스다.
또 서호천길은 지지대비 - 지지대쉼터 - 해우재를 거쳐 서호천을 따라 이목2교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 여기산 앞 - 서호공원까지의 7.1Km.
모락산길은 조선시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던 이들이 걷던 길이다. 이 길은 백운호수에서 시작된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5번, 6번을 타고 호수 초입에서 내린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백운호수 |
경기도 의왕시 학의동에 있는 백운호수는 지난 1953년에 준공된 약 11만평의 인공 호수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북동쪽의 청계산과 남동쪽 백운산, 그리고 서쪽의 모락산 줄기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원래 농업용수의 원활한 공급을 목적으로 조성됐으나 수려한 경관으로 의왕시민은 물론 인근 수도권 주민들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백운호수에서는 라이브 카페, 수상스키, 각종 전문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호수순환도로는 데이트코스,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버스정류장에서 삼남길 표지판을 따라 모락산 줄기로 들어선다.
모락산(慕洛山)은 조선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臨瀛大君)이 세조의 왕위 찬탈에 충격을 받아 매일 이 산에 올라가 옛 중국의 수도인 낙양을 사모했다고 해서 모락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곧 이 임영대군 이구의 모역과 사당을 만날 수 있다.
천성이 활달하고 왕자이면서도 근검하고 교만하지 않았다는 그의 성품처럼 소박한 유적이다. 그의 충심이 느껴지는 듯하다.
길은 능안마을을 지나 모락산 동쪽 능선을 거쳐 ‘오매기마을’로 이어집니다.
1960~1970년대 고향 농촌마을 같은 오매기마을 |
도시 근교인데도 슬레이트 지붕에 담쟁이넝쿨이 무성한 돌담을 두르고 소박한 쪽문 옆에는 옥수수가 자라는 낡은 건물들이 잇닿아 있는, 1960~1970년대 정겨운 고향의 농촌마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모락산을 옆으로 하여 남쪽으로 길을 재촉하다보면 김징의 묘역을 지난다.
조선 중기의 문신 김징(金澄)의 아들들을 시작으로 100년간 6명의 정승을 배출한 명문가인 청품 김씨 세거지가 바로 이 지역이다.
이곳을 지나 의왕 시가지 쪽으로 길을 잡으면 정조 임금 능행길의 중요한 지점인 사근행궁 터를 지나 골사그내로 갈 수 있다. 사근행궁을 거치지 않고 청품 김씨 세거지에서 바로 길을 잡아도 통미마을길을 지나 ‘골사그내’로 통한다.
골사그내는 원래 곡사천(谷沙川)에서 변한 이름이라고 한다. 지지대고개 아래에 있는 마을로 삼태기처럼 오목한 곳에 있다.
여기서 대로를 육교로 건너 고갯길을 오른다.
1970년대 고 박정희 대통령은 매년 식목일이면 이 일대에서 식목행사를 하곤 했다. 지지대고개 중턱에 식목일 기념 조림지 비석이 있다.
고갯마루는 의왕시와 수원시의 경계다. 수원시내로 넘어간다.
지지대비와 비각 |
지지대(遲遲臺) 고개는 정조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가 잠든 융릉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걸음이 못내 아쉬워 자꾸 행차를 늦췄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이 유래한 곳으로 정조의 애틋한 효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원래 이름은 ‘사근현’이었다고 한다.
정조는 이곳에 장승과 표석을 세웠고, 순조 7년(1807년)에는 지지대 서쪽에 지지대비와 비각이 건립됐다. 이 비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로변 지지대쉼터 옆에 삼남길 제4길 ‘서호천길’ 표지판이 보인다.
서호천길을 따라 고개를 내려간다.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공단 앞 이면도로로 내려서면 곧 해우재다.
해우재 화장실문화공원 |
해우재에는 지난 2007년에 문을 연 화장실문화공원이 있어 어릴 적 옛 추억을 되새기며 화장실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고 심재덕 수원시장은 세계인들에게 화장실문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자 자신이 30년동안 살던 이목동 자택을 변기모양으로 새롭게 고쳐 짓고 '해우재'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수원은 광교산 입구의 '반딧불이화장실', '항아리화장실' 등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중화장실들이 있는 도시다.
다시 산길을 올라 고개를 넘어가면 율전약수터가 있다. 시원한 약수물을 한 바가지 마시고 길을 재촉하면 멋진 생태공원이 나온다.
여기는 율전동이다. 대로변으로 나와 터널과 수원화목교회 앞을 지나 이리저리 길을 따라가니 드디어 서호천과 만난다. 정자와 솟대, 바람개비들이 가득한 소공원이 반겨준다.
길은 서호천(西湖川)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백로들이 노니는 생태하천 서호천길 |
수원시 북쪽 광교산 기슭인 파장동에서 시작, 서호를 거쳐 장지동에서 황구지천과 합류하는 11.5Km의 서호천은 친환경적으로 복원돼 맑은 물과 꽃밭, 갈대밭 사이로 백로와 재두루미 등 희귀 조류들이 노니는 곳이다.
천변 산책로를 걷거나 뛰고 자전거를 달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멋지게 장식돼 있다.
여기산에는 대규모 백로서식지도 보존돼 있다.
드디어 서호공원이다. 정조임금이 조성한 대규모 인공호수로 그의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서호에서 서호천 길은 끝난다.
바로 옆에 있는 화서역에서 수도권전철 1호선을 통해 서울로 쉽게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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