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 수요 폭발이라는 기대감이 번졌던 항공주가 고유가·고환율이라는 변수에 고꾸라졌다. 비용 부담이 높아져 수익성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주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증권가에선 항공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면서 보수적인 접근을 조언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7거래일 간 5.29% 하락했다. 지난 10일엔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또 다른 대형 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0일 9900원까지 떨어지면서 신저가를 썼다.
같은 기간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5.06%), 제주항공(-4.67%), 진에어(-6.89%), 티웨이항공(-1.11%) 등도 나란히 약세를 기록했다.
항공주는 고유가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수익성이 그만큼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비용에서 연료비가 약 32%를 차지한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장중 배럴당 94달러을 웃돌며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듯 하지만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직 남아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로 지난 8일(현지시간) WTI 선물은 하루 만에 약 4% 급등했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향후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높은 환율도 항공사의 비용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연료비, 항공기 임대료 등 외화 지급성 비용이 많은 항공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객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하락세를 보이던 화물 운임은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9월 인천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485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 수치의 89% 가량을 회복한 수준이다.
여객과 화물 지표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고유가에 주가가 짓눌려 있는 상태다. 여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지만 아직 주가는 낮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9년 10월 중순(2만4350원)보다 15.40% 낮고 진에어는 27.61% 더 떨어졌다. 에어부산(-59.24%), 제주항공(-57.00%), 티웨이항공(-55.83%) 등은 당시보다 현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증권가에선 최근 항공사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3만6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낮춰잡았다. 제주항공의 목표주가도 기존보다 38% 가량 낮은 1만2500원으로 내렸다.
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추정치를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내년 한공유 가격을 기존 추정치보다 약 20% 상향 조정하면서 실적 추정치도 하향 조정했다.
최근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삼성증권도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티웨이항공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불리한 환경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에서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으로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항공사들에 불리한 영업환경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항공사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아주경제=장수영 기자 swimmi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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