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정감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계기로 국회의 통일부 국정감사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팔레스타인으로부터 기습 침공을 당한 이스라엘의 상황이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의 대북 정책, 안보 태세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전세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들이 이스라엘 민가를 불태우는 영상 등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對) 이스라엘 기습 타격과 관련한 소식이 잇따른 가운데 열린 국감이다.
9·19 합의는 문재인 정권 때 남북한 간의 군사적 우발 충돌 방지 차원의 접경지 비행금지,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금지 등을 담은 내용으로 북한과 맺은 합의다. 국민의힘은 북한이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은 하마스식 기습 타격을 답습하는 상황에 우리가 대비하려면 대북 정찰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9·19 합의 효력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이야말로 실효성이 없다며 맞섰다. 아울러 9·19 합의 효력 정지가 북한의 새로운 도발 명분이 된다는 논리도 펼쳤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우리의 정찰자산 운용을 과도하게 막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불리한 내용이 있다"며 9·19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9·19 합의 효력 정지에 대해 "아주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
대북 안보 불안 요인…與 '9·19 합의', 野 '담대한 구상' 지목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팔레스타인의 대(對) 이스라엘 기습을 언급하며 "이스라엘도 하마스에 대한 감시정찰 자산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았을 것"이라며 "지금 9·19 합의로는 감시정찰자산을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 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안철수 의원도 "결과적으로 북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 안보태세만 저해됐다"며 "우리가 상대적 우위에 있는 감시정찰 능력을 스스로 상쇄시킴으로써 대북태세를 훼손하고 군사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도 "우리가 9.19합의를 위반한 게 있느냐. 북한은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9.19군사합의를 어느정도 위반했는지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합의는 휴전선을 포함해 접경지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합의"라며 "북한 미사일을 규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파기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같은당 박홍근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겨냥해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을 언급한 이후 북한은 수없이 많은 미사일 도발과 핵무력 법제화를 강행했다. 이게 실효적인 정책인가"라고 했다. 박병석 의원은 "9·19 합의 이후 접경지대 도발현황을 보면, 박근혜정부 51개월 동안 38건, 문재인정부 60개월 동안 1번, 윤석열 정부 들어 1번"이라며 "남북 합의는 접경지대의 우발적 충돌 위험성을 감소시켰다"며 9·19합의가 실효성 있는 합의였다고 주장했다.
━
김영호 "北 군사합의 17차례 위반" 비판…효력 정지에 "신중히 논의해야"
━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 하고 있다. 2023.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김영호 장관은 북한이 군사합의를 17차례 위반했다며 9·19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 장관은 9·19 합의의 효력 정지가 필요하느냐 질문에는 "국가안보회의에서 아주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최대한 빨리 9·19 남북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는 미묘하게 결이 다른 발언이다. 국방부와 통일부가 북한을 상대로 보수 정권판 '굿캅, 배드캅'(Good Cop, Bad Cop) 전략을 시도 중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굿캇, 배드캅'이란 수사 기관이 범죄 혐의자를 상대로 벌이는 강온 양면 전술에서 비롯된 용어로 협상 기술의 일종이다.
김 장관은 9·19 합의의 효력을 우리 측이 먼저 정지시키는 것을 북한 정권이 선전의 빌미로 삼을 수 있느냐는 질의를 받고 "만약 그런 결정이 이뤄진다고 한다면 그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비책이 마련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