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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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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증시·유가 일단 안정세…이·팔 전쟁이 러·우와 다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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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폭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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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팔 전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처럼 세계 경제를 장기간 뒤흔들 촉매로 작용할까. 아니면 중동 지역 분쟁 중 하나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현재로써는 조심스럽게 후자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한 뒤 시작한 전쟁은 11일 현재까지 당초 우려보다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다는 평가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S&P500·나스닥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우려했던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6%대로 떨어졌다. 이달 초까지 배럴당 90달러대를 넘나든 국제유가도 일제히 80달러대로 하락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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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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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도 비슷하다. 이달 들어 2400대를 맴돌던 코스피는 11일 2450.08포인트로 전일 대비 1.98% 상승 마감했다. 이·팔 전쟁이 중동의 개입으로 확전하지 않는 이상 외교·안보 측면의 문제는 있을 수 있어도, 경제적으로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2월 발발해 현재까지 글로벌 고유가·고물가 추세에 영향을 미치는 러·우 전쟁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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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중동이라고 다 같은 중동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중동에서도 떼어내 봐야 한다”며 “이스라엘과 인근 아랍 국가의 갈등이 21세기 들어 국제 경제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제 경제 측면에서 이·팔 전쟁과 러·우 전쟁의 다른 지점을 꼽아봤다.

◇산유국 아니다=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이자 천연가스 생산국이다. 특히 유럽 상당수 나라가 러시아의 가스 파이프에 의존한다. 반면 이·팔은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중동 산유국과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경제 규모도 비할 수 없다. 첨단 기술 강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조차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 전문연구원은 “이·팔 전쟁이 주목받은 건 이란 등 중동의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확전하지 않고) 이·팔 전쟁에 그칠 경우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국제 사회 제재로 이란이 세계 석유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로 줄었고, 과거와 달리 미국의 석유 비축량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곡창지대 아니다=러·우 전쟁의 파장이 컸던 이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가 ‘세계의 빵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3대 곡창지대라서다. 특히 대표적인 밀 생산지라 국제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의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는 팔레스타인은 경제 규모가 작다. 그나마 수출입의 절반 이상을 이스라엘에 의존한다. 제조업은 사실상 붕괴했고, 도소매·자동차정비·숙박·여행업 등 서비스업이 전체 GDP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박현도 교수는 “팔레스타인은 장기간 경제 봉쇄로 국제 무역체제에서 사실상 고립된 국가”라며 “북한과 마찬가지로 국제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우크라이나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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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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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 맺었지만=무엇보다 한국과 교역 규모가 작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5만4650달러에 달하는 ‘강소국’ 이스라엘이지만 글로벌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지난해 12월 한·이스라엘 FTA를 발효했지만, 한국의 수출국 중에서 이스라엘은 45위다.

냉정하게 봤을 때 이·팔 전쟁이 한국에 미칠 경제 여파를 가르는 요소는 ‘중동 확전’에 따른 국제유가의 향방이란 얘기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 반작용으로 전체 원유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67.4%로 전년 대비 7.6%포인트 늘었다”며 “이·팔 전쟁은 철저히 중동 정세, 국제유가와 연계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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