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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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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개발원조 즉시 중단”→“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 혼선···이·팔 갈등 놓고 EU 내 이견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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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리버 바헬리 EU 확대정책 담당 집행위원이 지난 6일(현지시간) 알바니아 티라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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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즉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지 6시간 만에 집행위원회가 성명을 내고 이를 철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EU 내의 오랜 갈등이 노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리버 바헬리 EU 확대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9일(현지시간)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모든 원조를 “즉시 중단”하고 “모든 프로젝트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팔레스타인 최대 원조 공여국으로서 EU는 6억9100만유로(약 9860억원)에 달하는 개발 원조금 전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EU 회원국들은 이스라엘의 ‘완전 봉쇄’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바헬리 집행위원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자 당혹감에 빠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일랜드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개별 집행위원이 이런 종류의 일방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우리는 원조 중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명확히 밝혀줄 것을 집행위 측에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룩셈부르크도 원조 중단이 인도주의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고 다른 여러 회원국들도 비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원조 중단은 팔레스타인인들 전체를 처벌하는 것으로, 중동에서 EU의 이익을 해치고 테러리스트들에게 힘을 실어줄 뿐”이라면서 바헬리 집행위원을 비판했다. 로이터는 EU가 이날 오전 이 문제를 10일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바헬리 집행위원의 돌출 발언이 나온 것이어서 EU 관계자들의 당혹감이 더 컸다고 전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논란이 커지자 바헬리 집행위원의 발언이 나온 지 6시간 후 성명을 내고 원조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개발 원조와 무관하게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EU는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데 EU 원조금이 간접적으로 사용되지 않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 같은 EU의 혼란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EU 내부의 오랜 분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지난 8일 보렐 고위대표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무차별 공격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을 때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은 긴장 완화를 촉구하는 표현을 성명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이스라엘과 가까운 여러 국가들은 이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의 경우 집권 연정 내에서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채감 때문에 이스라엘 안보를 중시하는 독일은 지난 8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 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은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책임은 팔레스타인인 전부가 아니라 하마스가 져야 한다면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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