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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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은 보험업계 ‘숙원’이었던 실손의료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도입을 앞두고 난항이 예상됐다. 의료계 반발이 거센 데다가 정보 전송대행기관(중계기관) 선정 등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10일 보험업계·국회 등에 따르면, 내년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종이 서류 없이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요청하면 요양기관(병의원, 약국)이 실손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전자 방식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지난해 말 기준 약 4000만명으로,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실손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피보험자가 증빙서류를 하나하나 종이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등 청구 절차가 복잡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때문에 청구를 포기한 금액이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보험금 청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보험업계는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 간소화에 따라 필요 없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보험사는 매년 막대한 양의 실비 청구 문서를 받고 있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영수증을 촬영한 사진을 입력하는 직원까지 두고 있다. 전산망을 구축해야 하고 당장 손해가 커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득인 셈이다.
일각에선 보험사 속내에 전자화된 개인 의료정보와 진료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험업계에 정통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데이터를 많이 축적할수록 더 정교한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서 “이는 질병 위험이 높을 것 같은 환자의 가입을 거절하고,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등 보험사에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상근부회장이 지난 9월 12일 국회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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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실손청구 간소화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현재 의료법·약사법과 충돌할 수 있다며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정보 전송 중단 등의 집단행동도 검토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요구 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모든 보건의약 종사자들이 보험사에 정보를 전송하지 않는 최악의 보이콧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손보험 가입자의 자료를 전달하는 중계기관 선정도 관건이다. 기존 중계기관으로 논의됐던 곳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었다. 그러나 의료계는 심평원을 통해 보험사가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했다.
이 때문에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관은 보험개발원이다. 그러나 이번엔 보험업계가 이를 반기지 않고 있다. 전산망 구축·관리 인력 채용 등 막대한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아예 제3기관이 지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회는 청구 중계기관은 공공성·보안성·전문성 등을 고려해 추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상태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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