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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현역 의원들의 사보타주… 선거 사무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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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늦어질수록 현역에 유리
정치 신인 "불공정한 싸움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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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국회의사당 앞 정지 표지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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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해서 선거제에 졸속으로 합의하면 유권자들은 후보자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장에 가게 됩니다. 선거구 획정까지 늦어지면서 정치 신인들이 선거운동을 할 시간은 없어집니다.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유리한 구도인 셈입니다."

지난 6월 16일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인천 지역의 현장 의견 청취를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지역 정가 관계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 등 기본적인 '룰 세팅'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을 비판했는데, 그 배경엔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유지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13일 선거 사무 시작인데... 선거구를 모른다


22대 총선 선거 사무 개시를 코앞에 두고도 선거구 획정 등 선거제 개편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정치 신인과 유권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획정위가 여러 차례 기준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현역 의원들의 '사보타주(고의적인 사유재산 파괴나 태업)'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획정위는 12일까지 지역선거구 수, 시·도별 의원 정수 등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획정위는 인구수 변동 등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구를 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에 앞서 지역구 의석수 등의 기준을 국회에서 마련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 법정 기한(올해 4월 10일)을 넘긴 정치권이 획정위가 촉구한 2차 데드라인을 맞출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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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의원 선거 주요 사무 일정.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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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지연은 정상적인 선거 사무 방해를 초래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3일 재외선거관리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한다. 국외부재자 신고(11월 12일), 예비후보자등록 신청(12월 12일) 등의 일정이 대기 중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예비후보자등록 신청 때까지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21대 총선 선거구에 맞춰 등록 신청을 받은 뒤 선거구가 바뀌면 다시 변경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오죽하면 획정위에 토로... "불공정한 싸움" "국민들이 질책해야"


정치 신인들도 애가 탄다. 획정위는 서울 강동갑 등 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 18곳과 부산 남갑 등 인구 하한 미달 선거구 11곳 등 재조정 대상을 정했지만, 구체적인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태다. 해당 지역의 정치 신인들도 선거구가 불분명한 탓에 지역 맞춤형 공약을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 애써 다져 놓은 표밭이 엉뚱한 선거구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보가 입수한 획정위의 시·도별 공청회 속기록에는 이 같은 우려가 생생히 담겨 있다. 8월 22일 열린 경남 지역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는 "군소후보들이 (선거구 획정이 안 된 상황에서 준비하기엔) 한계가 많다. 불공정한 싸움을 시작하는 지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7월 12일 충남 지역 공청회에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훼손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현역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도 있었다.

유권자들도 후보를 파악하고 판단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진다. 5월 12일 경북 지역 공청회에서는 "이게 주민과 국민을 위한 것인지, 국회의원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질책했다. 획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실시한 11차례의 지역의견 청취에서 매번 선거구 획정 지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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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정 기준 불부합 국회의원 선거구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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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총선 반복... 헌재 "민주적 정당성 약화" 의견


선거구 획정 지연은 역대 총선에서 반복돼 왔다. 이로 인해 총선 결과가 무효가 될 뻔한 적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2대 1 이하로 줄이도록 결정하면서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시간을 줬다. 하지만 국회는 2016년 3월 2일에야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했다. 2개월간 선거구가 없는 '입법 공백' 상태였던 탓에, 일부 후보자와 유권자는 '입법 부작위에 의한 위헌'이라며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당시 이정미·안창호·서기석·조용호 재판관 4명은 선거구 획정 지연에 대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의 선거운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선거정보 취득을 어렵게 하는 등 국민주권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매우 위태롭게 한다"며 총선 결과의 민주적 정당성 약화를 우려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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