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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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하나 싶던 물가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고물가는 하반기 경기 반등의 뒷다리를 잡을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운신 폭도 좁아졌다.
5일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2.99(2020년=100)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여름철 농산물 가격 상승이 겹쳐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었다. 올해 1월까지 9개월 연속 5%를 웃돌았다. 외환위기가 닥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됐던 1998년 이후 최장기 고물가 추세를 이어갔다. 1월 이후 둔화하다 6월 2.7%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처음 2%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8월(3.4%) 다시 3%대로 올라선 뒤 재차 반등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가장 큰 배경은 국제유가 급등이다. 9월에 전년 대비 석유류값 하락 폭이 4.9%에 그쳤다. 하락 폭이 컸던 7월(-25.9%), 8월(-11.0%)보다 하락세가 둔화하며 역으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기저효과 영향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향후 물가 흐름 역시 국제유가 동향에 달려 있다.
농축수산물도 3.7% 오르며 전월(2.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특히 사과(54.8%), 복숭아(40.4%), 귤(40.2%) 같은 신선 과실(24.4%) 물가가 많이 뛰었다. 전체 농산물은 7.2% 올라 지난해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전기·가스·수도(19.1%), 가공식품(5.8%), 외식(4.9%) 물가가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4.4%로 전월(3.9%)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농산물과 석유류 등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3.8% 올라 전달(3.9%)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추 부총리는 “서비스 물가 둔화세가 지속한 가운데 근원물가가 3%대를 유지했다”며 “계절 요인이 완화하는 10월부터 물가가 다시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이달부터 꺾여 연말께 3% 내외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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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추석 연휴 직후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르는 추세다. 흰우유와 유제품 가격은 지난 1일부터 3~13% 올랐다. 우유 값이 오르면 빵·과자·아이스크림 가격 상승을 연쇄적으로 자극한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등 맥주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7일부턴 서울 지하철 요금도 기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른다. 국내 휘발유 값은 12주 연속 올라 L당 평균 1800원에 육박한다. 추 부총리는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정도 연장하는 걸 검토해야겠다”고 밝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 추세가 지속할 경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고물가가 지속할수록 올해 2월부터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은에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진다. 한은은 오는 19일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세종=김기환·이우림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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