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국가 망명 신청 몰릴 시
회원국에 재배치 요구하거나
재정적 지원 요청할 수 있어
‘신이민·난민 협정’ 채택 탄력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유럽행 난민이 갑작스럽게 급증하는 경우 적용하는 예외 규정에 합의하면서 EU가 2020년 이후 추진해온 ‘신이민·난민 협정’ 채택에 탄력이 붙게 됐다고 유로뉴스와 가디언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의장국인 스페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7개 회원국이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난민 급증 위기 시 적용하는 규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2015~2016년 유럽 난민 위기 때처럼 대규모 난민이 몰려드는 예외적 상황에서 적용한다.
이번에 합의한 규정에 따르면 망명 신청자의 국제적 보호 요청에 대한 판단은 4주 이내에 처리될 수 있다. 또 망명 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난민들을 수용시설에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은 현행 12주에서 최대 20주까지 연장될 수 있다.
또 갑작스러운 난민 증가 사태에 직면한 회원국은 망명 신청자나 국제적 보호 대상자들을 다른 회원국으로 재배치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다른 회원국들의 재정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이날 폴란드와 헝가리가 반대표를 던졌고, 오스트리아·체코·슬로바키아는 기권했으나 이탈리아와 독일이 찬성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애초 EU는 지난주에 난민 급증 위기 시 적용 규정 합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됐으나 독일 정부가 비정부기구(NGO)의 난민구조선 운영을 지원하는 데 대해 이탈리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합의가 미뤄졌다. 이날 합의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구조되는 난민을 난민 급증 위기 판명 요건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이탈리아의 의견이 관철됐다고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전했다.
난민 급증 위기 시 적용 규정은 EU가 추진 중인 ‘신이민·난민 협정’의 핵심 요소다. EU가 2020년 제안한 ‘신이민·난민 협정’은 난민들이 처음으로 도착한 회원국에서 망명 신청을 하도록 하는 정책이 지중해와 접해 있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스나 이탈리아에 도착한 망명 신청자들을 회원국들이 인구와 경제 규모에 따라 분담 수용하고, 수용을 거부하는 회원국은 1인당 2만유로(약 2800만원)의 기금을 내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날 난민 급증 위기 시 적용 규정에 회원국들이 합의함에 따라 ‘신이민·난민 협정’ 통과를 위한 유럽의회와의 협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EU는 2024년 6월 EU 의회 선거 전까지 ‘신이민·난민 협정’을 채택할 계획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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