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맥주를 고르고 있다. 오비맥주는 11일부터 카스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6.9% 인상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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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하나 싶던 물가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고물가는 하반기 경기 반등의 뒷다리를 잡을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운신 폭도 좁아졌다.
5일 통계청 ‘9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여름철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이 겹쳐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물가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었다. 올해 1월까지 9개월 연속 5%를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이후 최장기 고물가 추세를 이어갔다. 1월 이후 둔화하다 6월 2.7%를 기록해 2021년 9월 이후 처음 2%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8월(3.4%) 다시 3%대로 올라선 뒤 재차 반등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물가가 뛴 건 생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국제유가가 최근 급등하면서다. 9월에 전년 대비 석유류값 하락 폭이 4.9%에 그쳤다. 하락 폭이 컸던 7월(-25.9%), 8월(-11.0%)보다 하락세가 둔화하며 역으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해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오른 기저효과(base effect·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라 결과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 영향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향후 (물가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석 물가의 바로미터인 농축수산물도 3.7% 올랐다. 전월(2.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특히 사과(54.8%), 복숭아(40.4%), 귤(40.2%) 같은 신선과실(24.4%) 물가가 많이 뛰었다. 전체 농산물은 7.2% 올라 지난해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전기·가스·수도(19.1%), 가공식품(5.8%), 외식(4.9%) 물가가 많이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은 4.4%로 전월(3.9%)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8% 올라 전달(3.9%)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추 부총리는 “서비스 물가 둔화세가 지속한 가운데 근원물가가 3%대를 유지했다”며 “계절 요인이 완화하는 10월부터 물가가 다시 안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이달부터 꺾여 연말쯤 3% 내외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추석 연휴 직후 생활 물가가 줄줄이 오르는 추세다. 유(乳)업계는 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을 지난 1일부터 3~13% 인상했다. 우윳값이 오르면 빵·과자·아이스크림 등 가격이 따라 오를 수 있다. 오비맥주는 11일부터 카스 등 맥주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7일부턴 서울 지하철 요금도 기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른다. 국내 휘발윳값은 12주 연속 올라 L당 평균 1800원에 육박한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부자재비, 물류비 인상과 고환율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 추세가 지속할 경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재정을 쏟을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하반기 경기 반등 가능성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물가가 지속할수록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은에 금리 인상 압박도 거세진다. 한은은 19일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한은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달부터 둔화 흐름을 보여 연말에는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3%대 초중반 수준을 유지했다"며 "수요 측 압력 약화, 기저 효과 등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국제 유가 및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이우림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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