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제 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바구니 물가 역시 반년만에 최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특히 더 심해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쉽게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 연말까지 물가 상방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은행에 대한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들어 5회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하면서 지난 4월 이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꾸준히 둔화하다가 7월(2.3%) 이후 두달째 다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석유류 가격 인상이 전체 물가를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름값이 크게 오른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 유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하락 폭은 7월(-25.9%), 8월(-11.0%)에 이어 지난달 한 자릿수로 둔화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달 28일 배럴당 96.75달러를 기록, 100달러 선을 위협했다. 이에 따라 보통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9월 넷째 주 기준 ℓ당 1789.70원까지 오르며 지난해 8월 2주(ℓ당 1833.21원)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름철 폭염·폭우 여파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도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특히 농산물(7.2%)은 지난해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과(54.8%), 복숭아(40.4%), 귤(40.2%) 등 신선과실은 1년 새 24.4% 급등해 2020년 10월(25.6%)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생활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4.4% 상승하며 전체 물가 수준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 지수는 전체 집계 품목 중 시민들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을 따로 추려 집계한 물가 지수다. 실제 생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품목의 가격이 전체 물가보다 더 큰 폭 올랐다는 의미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정부는 10월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며 이번 높은 물가 상승률은 일시적인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계절적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10월부터는 물가 흐름이 다시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는 ▲국제 유가 상승세가 쉽게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고 ▲지하철,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더 크게 악화하지 않는 선에서 고물가 부담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고물가가 계속될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 무슨 옷 입고 일할까? 숨어 있는 ‘작업복을 찾아라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