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약 6개원 만에 2400선 아래로,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으로 장을 마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조태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발 고금리에 고유가·고환율 현상까지 겹치면서 ‘3고 위험’이 한국 경제를 다시 짓누르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고금리 와중에서도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향후 최대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3일(현지시간) 16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미 국채금리는 경기가 양호한 미국과 달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상당히 약화된 한국에게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미국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본 반면 한국은 1.4%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내년에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처럼 금리 상승이 자발적이지 않은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 기초체력이 동반되지 않는 고금리, 자국통화 약세는 비용 부담이자 견뎌야 할 무게”라고 밝혔다.
고금리가 장기화된다는 말은 기업과 가계가 자금조달을 할 때 더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소비와 투자 위축을 불러오고 경기를 더 얼어붙게 할 수 있다. 이같은 점을 우려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금리동결은 의미가 없다. 미 국채금리가 시장금리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오를 경우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는 더 큰 폭으로 금리가 오른다. 채권 시장에서 위험물에 대한 회피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 한국물도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폭이 클 수 있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국내 통화정책 여건이나 기대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도 빠르게 상승하자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장기물에 해당하는 10년물에 대한 미 국채 금리의 영향력이 여전히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반등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유의미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9월 국내 일평균 수출액이 전년 동월대비 2.1% 감소하는데 그치고, 무역수지도 4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간 수출감소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갈길이 멀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아 반도체 수출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정도가 될 지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최근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내 물가와 국제수지를 악화시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와 환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한은은 지난 8월 경제전망 당시 두바이유 배럴당 81달러 수준을 전망의 기본 전제로 뒀다. 그러나 최근 산유국들이 감산 연장 조치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고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국내 물가는 큰 폭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일각에서는 소비감소로 경기는 악화되고 고환율·고유가로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경우 기업과 가계부채의 규모가 너무 커져있는 점이 고금리 충격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한은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추정치)은 225.7%로, 가계와 기업이 지고 있는 빚이 나라 경제의 2.6배 수준에 달한다. 특히 이 빚의 대부분은 부동산 시장에 쏠려있기 때문에 부실이 터질 경우 금융, 부동산, 실물경제까지 전방위로 사태가 악화할 수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지금은 경착륙을 통해서라도 너무 높은 수준에 있는 부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보다 집값과 부채의 조정, 반도체 위주를 탈피하는 산업 구조의 재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 무슨 옷 입고 일할까? 숨어 있는 ‘작업복을 찾아라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