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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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위증교사는 본래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을 수사하던 중 나온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로부터 백현동 사건을 송치받은 후 지난 2월7일 '대관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주거지 등 4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대표와 공모해 인허가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측근 사업가 김진성씨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2019년 2월14일 이 대표의 재판에서 위증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씨가 2018년 12월부터 녹음해둔 이 대표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과거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가 여러 차례 전화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며 위증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김씨의 입장이 오히려 바뀌면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 김씨는 영장 청구 전까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위증은 아니라는 입장이었지만 기각 후 조사에서는 "현직 도지사 요구를 차마 거부하기 어려워 위증했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지난달 18일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위증교사 혐의도 적시했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혐의별로 소명 정도를 다르게 판단했는데, 위증교사는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 과정에 이르면 사실상 유죄 선고도 가능하다고 본 것으로 법조계는 평가하고 있다.
수사 동력이 약화할 위기에 직면한 검찰로서는 위증교사 혐의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이 혐의로 이 대표를 먼저 기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수사를 지연한다는 비판을 차단할 수 있고 사건 구조가 단순한 만큼 재판을 일찍 마무리할 수도 있다. 만약 유죄 판결을 받아낸다면 남은 수사에서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과거 판례 등으로 볼 때, 위증교사 혐의만으로도 징역형 이상을 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위증을 교사한 경우, 위증이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은 가중요소로 고려된다.
지난해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31억원대 탈세 혐의로 재판받던 주유소 운영자가 직원에게 위증을 교사한 사건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고 이는 2심을 거쳐 확정됐다. 이 운영자는 위증 덕분에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9년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받던 도의원이 선거공보 제작자에게 위증을 지시한 사건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법원 영장심사와 달리 형사재판은 더 엄격한 입증을 요구할 수 있어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가 유죄 판결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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