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고물가에 서민들 ‘주름살’만 늘어
1만원짜리 외식 설렁탕 “맛과 양 수준이하”
강북 3성급 호텔도 평일 1박에 20만원 훌쩍
“월급 빼고 다 올라 소소한 행복도 사라졌다”
메가박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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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메가박스를 찾은 최모씨(53·서울 서초구)는 팝콘을 주문하다가 깜짝 놀랐다. L사이즈 기본 팝콘 가격이 5500원인 데다 ‘더블 카라멜 맛’을 선택할 경우 2000원을 추가해 7500원이나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예전에는 기본 팝콘(L)에 카라멜이나 갈릭 맛을 고를 때 500~1000원만 더 내면 됐는데 2~3배는 오른 것 같다”면서 “4인 가족이 영화보는 데 1인당 1만4000원씩 5만6000원에다, 팝콘과 음료를 더하니 7만5000원이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요즘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 과일과 채소 등 서민생활에 필수적인 농산물은 물론 우유와 휘발유 값 인상에다, 영화감상과 같은 소소한 행복마저 발목이 잡히고 있어서다.
4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 등 영화 한 편당 가격은 1인당 1만4000~2만5000원이고, 대표 먹거리인 기본 팝콘(L)은 5500원에 카라멜 맛 등을 추가할 경우 1000~2000원을 더 내야 한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사는 대학생 장모씨(22)는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일반 카라멜 맛 팝콘은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며 가격이 2배 비싼 더블 카라멜 맛만 팔았다”며 “리필할 때는 3000원이나 추가 결제했는데 폭리를 취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고향 가는 길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 1층 설렁탕 집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34)도 씁쓸한 경험을 겪었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의 경우 단골보다는 ‘뜨내기’ 손님이 많아 식당 음식이 불만족스럽다고는 하지만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명 노포 맛집 설렁탕 한 그릇 가격이 8000~9000원인 점을 감안하고 1만원짜리 설렁탕을 시켰는데 국물은 밍밍했고 건더기는 대패 삼겹살보다도 얇은 2~3점이 전부였다. 배추와 무우 김치 역시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김씨는 “요즘 강남 고속터미널에는 맛집들이 많고 가성비도 좋아 평상시에도 즐겨 찾는데 기가 막혔다”며 “비싼 데도 맛과 양이 수준이하였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사는 주부 박모씨(55)는 1년에 한두 번 명절 스트레스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인근 호텔에서 풀곤 했다. 긴 추석 연휴를 보낸 박씨는 신라스테이 서대문의 평일 숙박 요금을 알아보다가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오는 10월 10~11일 평일 최저가 상품 가격이 세금도 포함되지 않았는데 무려 20만3000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박씨는 “국내 5성급 호텔의 경우 1박을 하려면 40~50만원이 들 만큼 인상됐다고 하지만 3성급 비즈니스호텔에서는 10만원 이하에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고 하더니 나만의 소소한 행복조차 사라진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농수산물과 외식 값 등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평균 소매가격이 오이(10개)는 1년 전에 비해 28.6% 뛴 1만5006원, 양배추(1포기)는 26.5% 오른 5399원, 애호박(1개)은 15.7% 오른 1891원 등이었다. 또 소비자원 참가격을 보면 지난 8월 기준 김치찌게 백반과 비빔밥은 각각 1만423원, 삼계탕 1만6846원, 자장면 6992원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는 지났지만 물가는 여전히 들썩이고 있다. 서울우유 등 유업체들도 이달부터 흰우유를 비롯한 가공유, 발효유, 치즈 등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나섰다. 흰우유 가격은 900㎖에 3000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재료로 하는 빵, 아이스크림 값 등도 뛸 것이 불보듯 뻔한 실정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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