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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배터리만 부각되는 SK이노베이션... 정유사업 전망 좋은데 주가는 1년 최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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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승승장구하던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2차전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실적 추이를 감안하면 주가 흐름이 다소 아쉽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부문이 더 주목받고 있지만, 그래도 실제로는 정유사업 비중이 훨씬 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1시 5분 기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63% 내린 14만3400원에 거래 중이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 영향이다. 눈에 띄는 것은 다른 정유주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하락 폭이 더 크다는 점이다. 같은 시간 S-Oil과 GS칼텍스 모회사 GS 주가는 2%대 하락 중이다.

7월 31일만 해도 21만원 선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30% 넘게 빠졌다. SK이노베이션의 최근 1년 내 최저가는 14만3500원이다(종가 기준). 이날 주가가 장 마감까지 유지되면 종가 기준 52주 최저가를 경신하는 상황이다. 다른 정유주는 정반대 흐름이다. S-Oil은 7월 6만2000원대까지 하락했다가 현재는 20% 이상 올라 있다. 빠르게 주저앉는 주가에,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비즈

그래픽=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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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앉는 주가와 달리 증권가의 전망은 밝다.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워온 배터리 사업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조용하던 정유 사업 덕분이다. 삼성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을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보다 46% 높은 9397억원으로 추정했다. 특히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조31억원 급증한 5919억원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사업의 부진을 정유 사업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또한 1개월 전엔 7489억원이었으나 이달 3일 기준으로는 7874억원으로 증가했다.

정유 사업의 호실적은 급등한 유가 덕이다. 지난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하루 130만 배럴의 원유를 올해 말까지 감산한다고 발표하면서 6월 배럴당 6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90달러대로 치솟았다. 3일(현지 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91.03달러로 집계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9월보다는 소폭 내린 배럴당 89.23달러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급등한 유가에 정제 마진까지 오르면서 정유 사업의 이익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아쉬운 배터리 실적에도 불구하고 유가·정제 마진 증가로 정유업 이익이 크게 늘어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이 열심히 밀고 있는 배터리 사업은 커지는 판에 비해 손에 잡히는 이익이 없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지난 1년간 외부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10조원이 넘는다. 올해 상반기 SK온의 자본적 지출(설비투자액 등)은 약 4조8000억원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자본적 지출(5조4678억원)의 90%에 해당한다.

하지만 SK온은 영업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온의 올해 상반기 적자는 4771억원에 달한다. 차입으로 부족한 투자 금액을 충당하면서 올해 상반기 이자 비용은 2057억원까지 늘었다.

부족한 투자 금액에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6월 23일 SK이노베이션은 1조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조달 금액의 70%(약 4200억원) 이상은 미래 에너지 영역 투자 및 연구개발에 사용하고, 3200억원은 채무 상환에 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SK온의 실적 반등이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아직 설비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생산량 확보까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절대적 기업가치를 담당하는 자회사는 SK온”이라면서도 “SK온은 판매량 등 시장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의 눈높이를 다소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 연구원은 SK온이 내년(2024년)엔 흑자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한 상황이다.

정현진 기자(chunghj@chosunbiz.com);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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