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기자 |
세 가지 목표 중 핵심은 물가 안정이다. 주요 선진국보다 인플레이션을 비교적 빠르게 잡았고 현재도 물가가 예상 경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해 7월 2%대에서 반등했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9% 올라 지난해 4월(1.6%) 이후 1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집중호우와 폭염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13.5% 올랐고,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탄·석유제품(11.3%), 화학제품(1.4%) 등이 오르면서 공산품 가격도 1.1% 상승했다. 향후 1년 뒤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은 9월 3.3%로 여전히 물가 목표치(2%)보다 높다.
그렇다고 바로 긴축모드로 들어갔다간 자칫 내수 회복 동력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과 한국은행의 고민은 크다. 고금리 여파는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물가 수준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한국의 물가 상승 압박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성장인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로 전환하고 투자가 늘지 않는 상태라 잠재성장률이 1%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치기엔 금융 안정 리스크가 걸림돌이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금융 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주요국 긴축기조 지속, 국내외 부동산시장 불확실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있다”며 “금융 불균형(레버리지 확대를 바탕으로 한 자산가격 고평가)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단기 금융 불안 수준을 평가하는 금융불안지수(FSI), 중장기적인 금융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8월 나란히 상승했다. 특히 올 2분기 가계와 기업 부채가 경제 규모의 2.26배 수준까지 불어나면서 금융 불균형 우려를 키웠다. 한은은 “채무상환부담이 소비와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 잠재력을 약화하고 금융 시스템 대응 여력을 저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늘렸다간 겨우 진정 기미를 보이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와 금융 안정을 함께 관리하면서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서 성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금리 등으로 성장세가 단기적으로 둔화하더라도 정책 당국에 대한 신뢰를 높여 견조한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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