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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현대차 멈춘 사이…러시아서 잘나가는 중국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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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8월 신차 판매 2∼7위…현대차는 올해 판매량 54%↓

연합뉴스

중국차로 운영되는 러시아 택시
[촬영 최인영]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의 대표적인 택시 호출 서비스인 '얀덱스 택시'로 택시를 부르면 나에게 배정된 택시 기사의 이름과 자동차 번호, 모델명, 색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요즘 택시를 부르다 보면 러시아에 중국 차가 정말 많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중국 차 택시를 자주 타면서 느낀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중국차가 배정되면 '새 차가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러시아에는 한국 차도 많다.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외국과 비교해 도로에 한국 차가 많이 눈에 띈다.

현대 소나타, 기아 리오·K5·옵티마 등 한국 차 택시도 자주 타게 된다. 그런데 한국 차 택시는 중국 차 택시와 비교해 연식이 조금 오래된 경우가 많다.

최근 신차를 구매한 택시 기사들은 중국차를 선택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월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특별군사작전'과 그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로 미국, 유럽,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한 영향이다.

그사이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오토스탯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러시아 신차 판매량(10만9천731대) 순위에서 1위인 러시아 라다(2만8천721대)를 이어 체리(1만3천412대), 하발(1만979대), 지리(8천383대), 창안(6천869대) 등 중국 자동차들이 2∼7위를 휩쓸었다.

라다는 1위를 유지했지만 1년 전 대비 점유율이 37%에서 26%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체리 4.5배, 하발 3.6배, 지리 3배, 창안 37배 등으로 급증했다.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자동차 산업 박람회 'MIMS 오토모빌리티 모스크바' 현장을 가보니 마치 중국에서 열린 박람회인 것처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대부분의 부스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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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시내 나란히 주차된 중국차들
[촬영 최인영]


현대자동차는 아직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부품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그로 인해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뚝뚝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토스탯에 따르면 올해 1∼8월 러시아 내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3% 감소했다.

최근에는 현대차도 곧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현지 기자들에게 현대차 공장 매각과 관련해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며 러시아 기업이 인수할 것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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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중단 중인 현대차 러시아 공장
[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공식 철수할 경우 러시아에 남아 있는 다른 한국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단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업체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지 사업을 유지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는 사이 중국 업체들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자동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러시아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 자동화기기(ATM) 다수는 한국 기업인 효성티엔에스(TNS) 기기다. 그러나 스베르방크는 최근 중국산 ATM을 대량 도입하기로 했다면서, 내년 첫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물류회사를 운영 중인 권순건 모스크바 한인회장은 "대러 제재로 러시아로 들어오지 못하는 한국 상품이 늘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 사이 중국 회사들이 이익을 얻고 있고, 한국 기업들이 어렵게 일군 판매망이 무너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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