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 ‘동물은 물건 아니다’ 민법 개정안... 법무부 ‘적극추진’ vs 법원행정처 ‘신중검토’ 사실상 반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물 비물건화법 개정안, 2년째 국회서 낮잠

법무부 ‘적극추진’ vs 법원행정처 ‘신중검토‘

법사위원 절반가량 “21대 국회서 처리 희망”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는 ‘적극 추진’ 의견을 낸 반면 법원행정처는 ‘신중검토’라며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려동물의 치료비 등 손해배상 책임에 정신적 손해를 추가하는 내용과 이혼시 재산분할에 동물을 물건으로 치부하지 않도록 하는 등 동물권 향상과 관련한 다른 개정안에도 법원행정처는 법무부와 달리 대체로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법무부 ‘적극추진’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로부터 제출받은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동물의 비물건화 규정 등)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법안심사자료’에 따르면 동물의 비물건화를 규정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 3건에 대해 법무부는 대부분 찬성 의견을 보인 반면 법원행정처는 대부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입법 과정에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법사위 전문위원의 검토 의견은 참고자료로 강제성은 없다. 다만 사실상 반대 의견이 나왔을 경우 의원들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처리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박성준·이성만·이탄희 의원과 법무부, 신주운 외 10만명이 낸 민법 개정안 통과 촉구 청원안 등 민법 98조(물건의 정의)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에 대한 관계기관 의견에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상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법무부는 “동물에 대한 국민의 변화된 인식을 적극 반영하도록 민사법을 개정해 생명 존중 사상을 제고핮고 하는 취지를 고려해 (민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탄희 의원이 낸 개정안 중 ‘감각이 있는 생명체’로 동물의 특수한 성질을 명기하는 것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동물의 비물건성을 선언하는 것은 기존 권리 객체 개념의 패러다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법학계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 및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며 신중검토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의 신중검토 의견은 사실상 반대 의견으로 통용된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사법행정 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 소속기관으로 김상환 대법관이 처장을 맡고 있다.

국회 사무처가 작성하는 법사위의 검토의견에는 개정안에 대해 “5건의 개정안은 동물에 대한 책임과 생명보호 의식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긍정론과 부정론, 해외 입법례 등을 고려해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립적 입장을 냈다. 통상 입법정책적 결정 사안은 상임위 의원들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긍정론으로는 “동물의 비물건화 조항 신설 시 동물 관련 분쟁에 있어 해석을 통해 영향을 미치거나 새로운 규정과 상충되는 법제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12월 법무부의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9명이 민법상 물건을 규정할 때 물건과 동물을 구분해야 한다고 한 답변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정론에 대해선 “동물이 재산적 가치를 갖고 소유와 거래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관련 산업 및 분쟁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예상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민법 개정안에는 이 같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기존처럼 가축 등의 경우 물건처럼 매매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독일(1990년), 오스트리아(1988년), 스위스(2003년), 프랑스(2015년)는 이미 이 같은 조항을 민법에 포함시켜 법을 운영하고 있다.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은 2017년 7월 입법예고 2년여만인 지난 7월13일 법사위 법안1소위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국회 법사위원들은 지난 7월 세계일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동물의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에 대해 법사위원 18명(민주당 10명, 국민의힘 7명, 시대전환 1명) 중 8명만이 찬성한다고 밝혔다.

당시 설문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물건이 아닌 동물로서의 법적 지위가 필요한 시대”라고 답했다. 또 법안 개정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동물보호와 동물의 개념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 큰 의의”가 있다면서 “동물 그 자체로 보호받길 원하는 국민에게 힘을 주고, 동물학대범에게 경고 신호를 주고자 21대 처리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동물권 관련 법률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가 당장 법체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이사 박주연 변호사(법무법인 방향)는 “민법이 개정되더라도 동물의 법적 지위가 곧바로 권리 주체로 승격되는 것도 아니며 당장 형법상 재산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재물’ 범위에서 제외되지도 않는다”며 “비판적 의견이 우려하는 사회적 혼란이나 중대한 변화는 거의 없거나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대표 권유림 변호사(IBS 법률사무소)도 “민법 개정안은 국민의 공감대와 법의 괴리를 명문화를 통해 좁히는 것”이라며 “동물을 생명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의 시발점이며 향후 세부적 법령이 뒤따르면서 동물의 지위가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동물이 경매 등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고, 이혼 등 재산 분할 시 깊게 고려되지 않는 관행도 바뀔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동물이 생명의 지위를 부여받아야 재난 상황이나 무분별한 안락사 상황에서도 보호받고 존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치료비, 동물 가치 초과시도 배상

민법 개정 논의 중 또다른 동물권 관련 조항인 ‘반려동물에 대한 손해배상 특칙‘에서도 법원행정처는 법무부와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낸 민법 개정안(764조의2 신설)은 반려동물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치료비 외에도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는 법안도 있다.

장 의원안에는 ‘타인이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을 상해한 자는 치료비용이 동물의 가치를 초과할 때에도 치료행위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조항과 ‘타인이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의 생명을 해하여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그 사람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법사위 검토의견은 “반려동물에 대해 교환가치 이상의 치료비와 소유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책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려는 것으로 그 취지에 공감할 수 있으나 동물의 비물건성 규정과의 관계, 반려동물의 개념, 정신적 손해배상의 요건 및 오남용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도 “취지에 공감”한다며 ‘동물이 훼손돼 치료비가 동물의 가격을 넘는 경우 초과 부분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수용, 일부 보완검토 필요”하다고 했다. 검토가 필요한 부분으로 박성준 의원안 중 “반려동물의 신체를 해하는 경우에도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는데, 현행 민법은 사람의 경우도 생명이 침해되는 경우만 가족들에게 위자료를 인정한다는 점(민법 제752조)을 고려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법원행정처는 “반려동물을 해한 경우 일반적 물건과 다른 손해배상책임의 특수성을 인정하려는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손해배상책임의 성격이 통상손해인지 특별손핸인지 불분명, 반려동물 보관에 주의를 기울였는지에 관한 소유자의 책임에 관한 규정 필요, 반려동물의 규정 등을 이유로 검토 필요”라고 했다.

여기에는 손해보험협회도 의견을 냈다. 협회는 “개정안 취지에 공감함”이라면서도 “치료비·위자료 지급기준이 현행 손해보험 상품 담보 운영 체계와 달리 아직 미비한 점이 많으므로 수의사법 등 관련 법·제도 정비 및 사회적 공감대 확보 노력이 함께 진행될 필요가 있어 보임”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해외 입법례 검토에서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는 개정안 취지와 유사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부 이혼시 반려동물 보호권 신설 개정안

또 이성만 의원이 낸 ‘부부의 이혼시 반려동물 보호권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제839조의4·이혼과 동물의 보호책임)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의견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개정안은 반려동물을 이혼시 단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보호책임(보호자 결정, 비용 부담 등)을 당사자 간 협의에 의해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현재 반려동물에 대하여도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가액을 평가하여 분할비율을 정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반려동물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결정하면 된다는 취지로 “입법정책적 결정 사항”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사위는 검토의견에서 “개선 필요성 존재”한다면서도 “법률로 신설하는 것은 사회적 인식 전환 및 공감대 형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입법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부부가 양육하고 있는 미성년자와 반려동물을 사실상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는데, 사회적 합의가 진행될 필요성이 있다”며 ‘추가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보호자의 의미가 소유권자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건희 법으로도 불리는 ‘개식용 금지법’은 여야의 당론 찬성 분위기 속에 21대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까지 점쳐지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민법 개정안은 아직 소위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 상정 안건 중 동물권 관련 법안 (숫자는 의안번호)

[2112764]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

[2113482]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장제원 의원 대표발의)

[2113571] 민법 일부개정법률안(박성준 의원 대표발의)

[2114060]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성만 의원 대표발의)

[2123139]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탄희 의원 대표발의)

[2100091]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 통과 촉구에 관한 청원

[2107264] 민사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임종성 의원 대표발의)

[2108390] 민사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김도읍 의원 대표발의)

[2108513] 민사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정운천 의원 대표발의)

[2111403] 민사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한무경 의원 대표발의)

[2116351] 민사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신정훈 의원 대표발의)

[2113573] 민사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박성준 의원 대표발의)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