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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1발로 끝낸다” 수도권 노리는 北 미사일 막을 ‘K무기’ 정체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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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는 것은 1980년대 이후 30여년 동안 한국군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미국에서 패트리엇(PAC-3) 지대공미사일을 도입하고,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천궁-2 지대공미사일을 개발했으나 넓은 면적을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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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발사차량이 분열하고 있다. 성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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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미사일 방어를 지휘하는 공군 탄도탄작전통제소(KTMO-Cell)의 체계를 개량, 지난 6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작전센터로 개편했던 한국군은 넓은 지역을 방어하는 요격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 결과물이 지난달 26일 국군의날 75주년 기념식과 시가행진에 등장했던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다. L-SAM이 대중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AC-3, 천궁-2보다 높은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L-SAM은 지상 피해를 최소화하는 KAMD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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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L-SAM 발사차량이 기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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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방어 능력 높이는 L-SAM

1차 걸프전에서 이라크군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해 명성을 얻은 패트리엇은 성능개량을 거듭하며 탄도미사일 방어작전에서 대표적인 무기로 자리잡았다.

국산 천궁 지대공미사일도 패트리엇과 비슷한 개념을 지녔다. 항공기를 겨냥한 천궁, 탄도미사일 요격용인 천궁 블록-2가 만들어졌다. 미사일 요격고도와 탐지능력 등을 높여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도 가능한 천궁 블록-3도 개발될 예정이다.

하지만 패트리엇과 천궁은 고도 40㎞ 이상에서는 대응할 수 없다. 적 탄도미사일이 지상에 낙하할 때까지 요격 기회가 1번에 불과하다. 작은 실수만 있어도 지상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복합다층방어체계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기존 지대공미사일보다 요격고도와 사거리가 증대된 중장거리 지대공미사일을 추가 배치, 미사일 요격 기회를 2~3회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는 지상 피해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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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에서 쓰이는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천궁 미사일 발사차량과 요격탄.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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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으로 다층방어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2015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탐색개발을 시작해 2019년부터 체계개발을 진행한 L-SAM도 복합다층방어체계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등장한 국산 무기다.

2025년부터 전력화가 진행될 L-SAM은 다기능레이다(MFR), 교전통제소, 냉각장치, 전원공급장치, 항공기 요격탄 발사대 2대, 탄도미사일 요격탄 발사대 2대로 1개 포대를 구성한다. 탄도미사일 요격고도는 40~60㎞다.

ADD는 지난 5월 30일 L-SAM 다기능레이더의 표적 탐지·추적에서부터 요격에 이르는 과정을 검증하는 종합 유도 비행시험을 공개했다. 시험에서 요격탄은 계획된 목표 고도에서 표적 미사일에 명중했다. 이를 통해 탄도미사일 요격능력의 기술적 성숙도가 최종 확인됐다는 평가다.

L-SAM 요격탄은 발사관 내에서 엔진이 점화해 상승하는 핫 런치 방식을 사용한다. 탄도미사일 요격탄은 추진체가 분리된 직후 적 탄도미사일 요격지점까지 날아가는 직격비행체(Kill Vehicle)를 탑재한다.

직격비행체는 다수의 추력기를 통해 자세를 제어하면서 궤도를 수정, 명중률을 높인다. 지난해 1월 공개된 영상에선 직격비행체가 추력기로 자세를 잡는 지상부유시험 모습이 나온 바 있다. 최종단계에선 적외선 영상탐색기로 표적을 탐지해 요격한다.

다기능레이더는 항공기와 더불어 최대 310㎞ 이상 떨어진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능동전자주사(ASEA) 레이더다. 10기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하고 동시에 교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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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AM 체계의 일부인 다기능레이더.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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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도미사일을 발사 초기 단계에서 탐지하고자 낮은 각도에서 넓은 영역을 훑어볼 수 있고, 특정 지역을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기능도 있다.

L-SAM보다 우수한 요격능력을 갖춘 L-SAMⅡ 개발도 추진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제153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L-SAMⅡ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심의·의결했다.

2035년까지 개발될 L-SAMⅡ는 고고도 요격탄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먼 거리에서 파괴하는 활공 단계 요격탄을 필요에 따라 발사한다. 이를 위해 L-SAMⅡ 포대에 발사차량 2대가 추가된다.

다양한 출처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빠르게 융합·공유하는 네트워크 능력을 강화하고, 유사시 발사차량을 원격 제어하는 기능도 탑재할 예정이다.

고고도 요격탄을 사용할 경우 요격고도는 60~100㎞에 달한다. L-SAM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을 시도하는 셈이다.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탄도미사일에 글라이더 형태의 활공체를 장착하는 극초음속 활공체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 형태로 발사한 직후 충분히 속력을 얻은 종말 단계에서 포물선으로부터 궤도를 바꾸어 글라이더처럼 낮은 고도에서 수평 비행으로 활공한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중국 DF-17 등이 실용화되어 있다. 반면 이를 저지할 요격체계는 없다. 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L-SAMⅡ에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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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AM 요격탄이 가상 표적인 모의탄을 향해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방어무기지만 北에 압박 효과

L-SAM은 적 미사일과 항공기 공격을 저지하는 방어무기다. 하지만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를 지닌 무기이기도 하다.

사실 KAMD의 최선봉 역할을 맡을 L-SAM의 실전 효용성이 어느 정도일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ADD와 군은 L-SAM의 우수한 성능을 강조하지만, 요격시험 환경이 실제 전장과 같지는 않다.

매우 짧은 시간에도 전황이 바뀌는 전장에서 첨단 무기가 정확하게 작동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한반도 남부를 미사일로 타격하려는 북한군, 이를 저지하는 한국군 모두 L-SAM이 북한 미사일을 얼마나 요격할 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L-SAM이나 KAMD의 필요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도 100㎞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가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이 받는 압박은 상당하다.

L-SAM은 여러 차례의 시험을 통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고, 미래 위협에 대한 준비도 진행중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L-SAM과 L-SAMⅡ가 실용화하면 L-SAMⅡ→L-SAM→천궁 블록3→천궁 블록1·2·패트리엇→장사정포요격체계로 구성되는 복합다층방어체계가 구축된다. 북한 탄도미사일과 방사포를 저지하는 ‘하늘의 방패’인 KAMD가 완전체로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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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L-SAM 발사차량이 기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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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입장에선 KN-23이나 KN-25를 쏠 때, L-SAM과 천궁 블록3 등이 2~3회 요격시도를 하면 남한 내 전략 표적을 노린 탄도미사일 공격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탄도미사일 공격이 실패한다면, 북한은 곧바로 이어질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 반격에 직면한다. 한반도 남부에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북한 내륙 지역이 미사일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 북한의 불안은 더욱 증폭된다.

북한이 KAMD를 돌파하고자 탄도미사일 성능개량에 나설 수도 있다. 이는 북한에 재정적·기술적 부담을 한층 높인다. 한반도 남부에 다층 미사일 요격체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가 큰 셈이다.

북한이 경제난 속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만든 것은 미사일을 앞세워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다. 이를 무력화하는 ‘창’이 현무 탄도미사일이라면, ‘방패’는 L-SAM으로 대표되는 KAMD다. L-SAM의 개발 및 실전배치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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