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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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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파’ 비명계 5인 징계 청원···민주주의 시험대 선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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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게시판에 올라온 ‘해당행위 5인 청원’ 글이 26일 지도부 답변 요건인 서명자 5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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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을 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통합의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자 출당 요구가 거세다. 친이재(친명)명계 지도부는 가결 투표를 ‘해당 행위’로 규정하고 색출과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빚어진 강성 지지자들의 도 넘은 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민주주의 시험대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게시판에는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해당행위 5인 이상민, 김종민, 이원욱, 설훈, 조응천에 대한 징계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지난 26일 지도부 답변 성사 요건인 서명자 5만명을 달성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 색출과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표결 이튿날인 지난 22일 “해당 행위에 대한 상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원내대표 선거 당선 직후 가결파들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징계 추진은 법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당규는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에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 지도부 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의원이 불복 소송을 걸면 당이 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 범친명계 초선 의원도 “당론도 아니고 무기명 투표인데 가결을 찍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라며 “징계도 형평성이 맞아야 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가결파 색출이 반민주적이란 반발도 나온다. 비이재명(비명)계는 ‘방탄정당’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포기 약속 파기’의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소신 투표라고 밝혔다. 비명계 홍영표 의원은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체포동의안 처리는 국민과의 약속과 신뢰 회복을 앞에 둔 고심의 결정”이라며 “민주당을 지키는 또 다른 목소리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같은 날 “배신자 색출이라는 지상명령이 떨어진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국가세력 축출’ 운운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전후로 폭력 사태도 일어났다. 한 50대 여성이 지난 14일 국회 앞 이 대표 단식농성장에서 흉기를 휘둘러 경찰이 다쳤다.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비명계 의원 14명에게 살해를 협박한 40대 남성이 지난 23일 경찰에 붙잡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강성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동에 대한 자제를 당부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자신에게 병문안 온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출당’ 시위를 벌인 강성 지지자들을 비판하면서 자제를 요청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정미 대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놓고 벌어진 민주당 내의 갈등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말로 보복, 색출을 언급하면서 일부 강성 지지층의 일탈 행위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팬덤정치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소수의 강성 지지자들이 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잦아졌다. 강성 지지자들은 문자폭탄 보내기 등 집단행동을 통해 ‘이재명 지키기’를 압박하고 있다. 내년 총선 경선을 앞둔 민주당 의원들은 지지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민주당은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민심 이반을 겪었지만, 도덕성 위기 논란 때마다 ‘민심’보다 ‘당심’을 택해왔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BBS 라디오에서 “자기 주장을 남에게 강요하는 건 독재의 시작”이라며 “민주당도 하는 게 비슷하다. 윤석열도 전체주의, 민주당도 전체주의”라고 말했다.

다만 팬덤정치 논란에서 친문재인계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해당 행위자 징계 논란 이전에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해찬 대표 시절인 2020년 6월 당론으로 추진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금태섭 전 의원에게 ‘경고’의 징계를 내렸다. 김해영 당시 최고위원은 “당론에 따르지 않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투표행위를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에 포함시켜 징계할 경우 헌법 및 국회법의 규정과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당의 징계 결정을 공개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금 전 의원 개인의 문제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민주주의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대단히 중요한 헌법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4월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옹호한 바 있다. 민주당은 2019년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내로남불·팬덤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021년 5월 “우리 진영의 불공정을 드러내놓고 반성할 기미가 보이면 좌표를 찍고 문자폭탄을 날리고 기어이 입을 다물게 했다”며 “당 지도부는 한술 더 떠서 미사여구로 우리의 불공정을 감추려 문자폭탄을 두둔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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