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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취재파일] 감사원은 어떻게 '조작'이라고 단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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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 정부 고위직 22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습니다. 감사원은 당시 청와대 고위직 등의 압박으로 부동산 가격과 소득 분배 관련 국가 통계가 조작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의뢰한 대상은 정하성, 김수현, 김상조, 이호승 지난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 수석, 강신옥 전 통계청장 등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을 이름을 들어봤을, 지난 정부 고위직들입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의 큰 흐름은 '당시 힘 있는 고위직이 공무원들을 압박해 통계가 조작됐다'입니다. 감사원은 부동산 관련 통계 조작이 '확인'된 것만 94건이라고 밝혔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94건은 통계조작 관련 지시나 압박이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진 것을 확인한 수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감사원은 조작이 있었던 구체적인 행위를 확인했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감사 대상 기관을 상대로 자료를 제출받습니다. 관련자들의 진술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시 정부 고위직이 통계를 조작을 압박했다는 건 관련자들의 진술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메시지 내용들을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보완했을 수도 있습니다. 녹취록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감사원은 분명 압박이 '조작'이라는 '행위'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행위가 있었다는 건 단순 진술로 확인이 사실상 어려울 거 같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진술을 거부하면 처벌을 받습니다. (감사원법 제51조) 그러니 자료도 제출하고 진술도 할 겁니다. 하지만,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감사를 받는 기관은 아주 소극적일 겁니다. 자신들에게는 불리한 자료를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조작했다는 자료를 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이럴 때 강제수사를 합니다.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 대상이 숨기고자 하는 자료들을 찾아내 증거를 쌓아갑니다. 그래도 법원에서는 판단이 다를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 권한도 없는 감사원이 '조작했다'고 너무 자신 있게 단정을 합니다. 무엇인가가 있다는 겁니다. 감사원이 '조작'을 확신할 수 있는 그 '무엇'이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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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부동산원 본사 조작'에 있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고위직의 '압박'에 의해 '조작'됐다고 한 부동산 통계는 '주간 아파트 가격 변동률'입니다. 변동률은 부동산원이 조사하고 발표합니다. 부동산원은 본사가 있고, 전국에 30개 정도의 지사가 있습니다. 감사원은 부동산원 본사에서 수정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조작'이라고 단정했습니다.

전국에 있는 부동산원 지사에는 300여 명의 조사원들이 있습니다. 조사원들은 맡은 각 지역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표본 가구에 대해 '표본 가격'을 전산에 입력합니다. 말이 좀 어렵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서울 지사에 최재영이라는 조사원이 있습니다. 이 조사원이 맡은 지역이 강남구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럼 강남구에 있는 수많은 아파트 중에 무작위로 표본을 선정합니다. 이 방법이 무작위 표본 추출 방법인데,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국회의원 선거 출구 조사를 할 때 모든 사람들 다 할 수 없으니 투표하고 나온 사람들 중에 10번째 사람들만 조사를 하는 겁니다. 그럼 조사원이 나오는 사람을 세다가 10번째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는 겁니다. 이렇게 산정된 표본 중 하나가 강남구에 있는 ㅇㅇ아파트 1동 1호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럼 조사원이 이 가구의 실거래가,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서 표본 가격, 15억 5천만 원을 산정해 전산에 입력합니다. 그렇게 전국에 3만 2천9개의 표본, 그러니까 3만 2천9개 아파트의 표본 가격이 조사원들에 의해서 전산에 입력되는 겁니다. 그럼 '지사'에서 자체적으로 입력값을 확인하고 표본 가격에 대한 최종 검수를 마칩니다. 예를 들면 '0'을 하나 더 입력했거나, 너무 특이하게 입력된 수치 등은 조사원과 협의를 합니다. 그 후에 본사는 지사에서 검증을 마친, 다시 말해 수정할 필요가 없는 값을 가지고 변동률을 계산해서 국민들에게 알립니다. 결국, 본사가 하는 건, 입력된 값을 계산하고 알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조사원들이 전산에 입력한 '표본 가격'은 건드릴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사원이 본사에서 조사원들이 입력한 표준 가격을 '임의로' 수정한 것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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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7월 14일에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2020년 6월 17일과 7월 10일, 연이어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주간 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0.12% 상승한 걸로 나왔습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국토부를 압박합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 고위 관계자에게 "주택정책과장은 뭐 하는 거냐"고 질책을 합니다. 그러자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실무부서에 압박을 가하고, 실무부서의 실무자는 바로 부동산원 본사를 방문합니다. 그 자리에서 국토부 실무자는 부동산원 본사에 있는 관계자에게 "윗분들이 대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자리로 맞춰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자 부동산원 본사 담당 부서에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전산 자료에 접근해 조사원들이 올려놓은 값을 고쳐버립니다. 149개 표본의 가격을 낮춥니다. 낮춘 총가격은 5억 6천2백만 원 정도입니다. 그러자 변동률은 0.12%에서 0.09%로 낮아집니다. 이 모든 것이 단 하루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수치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공개됩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수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1~2시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0.12%라는 변동률이 나와서 낮추라고 압박을 했다는 건데, 그럼 미리 청와대에게만 보고를 한 건가?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맞습니다. 감사원은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가 통계 결과를 공표하기 전에 통계값을 부동산원에게서 미리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것도 3가지 형태로 받았다고 감사원을 설명했습니다. 2019년 6월부터 청와대와 국토부는 부동산원에게 '주중치' '속보치' '확정치'를 보고 받았습니다. 감사원은 이 자체가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은 통계법(27조 2)을 위반해 불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주중치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조사원이 조사한 값을 분석해 금요일에 보고하는 값입니다. 속보치는 화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조사한 결과를 월요일 보고하는 값입니다. 확정치는 화요일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 조사한 결과를 화요일에 보고하는 값입니다. 화요일에 청와대와 국토부에 보고된 확정치는 그 주 목요일에 보도자료를 통해 공표됩니다.

다시 2017년 7월 14일로 가보겠습니다. 이날 청와대가 보고 국토부를 압박했다고 한 0.12%는 속보치입니다. 2020년 7월 7일(화)부터 13일(월)까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13일(월)에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청와대와 국토부에만 보고한 수치가 바로 0.12%입니다. 그러자 그다음 날인 14일(화)에 청와대와 국토부가 압박을 했고 부동산원이 본사에서 149개 표본 값을 임의로 고쳐서 수치를 0.09%로 낮춘 겁니다. 이 수치는 확정치가 돼서 다시 14일(화)에 청와대와 국토부에 보고가 됐습니다. 이렇게 조작된 결과가 그 주 목요일에 국민들에게 공표가 된 겁니다. 지금도 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09%로 남아 있습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같은 기간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발표 시점만 하루 차이인 속보치와 확정치가 바뀔 이유가 없다. 그것도 0.03%p나 차이가 나는 것은 비상적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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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관계자는 "2020년 7월 14일은 그만큼 급했었던 걸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초기에는 조사원들이 압박을 받고 가격을 수정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사원들의 반발이 컸고, 조사원들은 이번 감사에도 적잖은 역할을 한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조사원들의 반발의 정도가 커지고, 2020년 7월 14일과 같이 매우 급한 경우는 본사에서 조사원들과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수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수정 규모도 커졌습니다. 압박을 받은 조사원들은 통상적으로 한 표본에 100만 원~200만 원 정도 수정했는데, 2020년 7월 14일,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수정한 표본 하나당 평균 가격은 350만 원 정도에 달했습니다.

이 외에도 조사원 수정과 본사 수정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조사원 수정은 자주는 아니라도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조사원들이 입력하는 표본 가격은 1+1=2처럼 어떤 공식에 의해 객관화된 수치가 아닙니다. 조사원들이 실거래 가격과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 '산정'합니다. 어느 정도 '주관'이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비해 특정 단지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경우도 아주 가끔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사원이 100만 원정도 수정한 것은 그동안 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압박은 있었지만, '조작'은 아니라 통상적으로 해온 업무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조작'이라고 단정하기 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사 수정은 다릅니다. 우선 본사는 수정할 권한 자체가 없습니다. 그리고 조사원들에게 연락도 없이, 아무런 협의조차 없이 그냥 수정했다는 겁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2020년 7월 14일만 1~2시간 안에 149개 표본 가격을 본사 직원이 수정하다 보니 조사원들에게 다 연락해서 상의할 물리적 시간 자체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94건의 통계 조작 중에 상당수가 본사 조작이고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본사 수정의 흔적은 로그 기록에 모두 남아 있었습니다. 부동산원은 시스템이 불안해서 지난 2019년 10월 시스템을 변경했습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본사에서도 표본 가격 수정할 수 있는 '접근 권한'을 달라고 요구해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접근 권한은 특정 누구에게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접근 권한이 있는 '마스터 아이디'는 부서원들에게 공유됐고, '마스터 아이디'만 있으면 누구가 접근해서 수정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감사원은 특정 날짜 시간에 마스터 아이디로 접근한 직원들의 로그 기록을 다 확인했습니다. 부서원들의 이름이 로그 기록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것이 결정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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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원이 왜 시스템 관리를 제대로 못 했냐고 논점이 흐려져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감사원도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는 당시 본사의 접근 권한도 어느 정도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부동산원이 시스템 관리를 '철저히'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바로 수정하면 그만인 겁니다. 문제의 핵심은 압박을 한 고위 관리자의 행태에 있고, 이를 막아내지 못한 시스템에 있습니다.

저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직장 생활을 하는 많은 분들은 공감하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알지만, 정의를 구현하는 용기를 내기엔 현실이 너무 팍팍합니다. 부동산원을 비롯해 국토부 실무자들은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행동에 옮겨야 했을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힘들어했을 거 같기도 합니다. 이상적으로는 그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이행할 수 없다는 결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기에는 주택담보 대출이, 집에 있는 아이들이, 사랑하는 아내가 먼저 떠올랐을 겁니다.

그래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번 감사도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과거의 어떤 부분에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힘 있는 사람의 압박이 통했는지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초점이 맞춰졌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마 대부분의 기억 속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높으셨던 분들이 어떤 말로 압박하고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만 남아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권력을 가진 이들의 이런 행태는 비난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맹목적인 비난은 논쟁으로 이어지고, 논쟁은 소모적으로 흐릅니다. 소모적 논쟁의 끝은 사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럼 우리도 언젠가 또 똑같은 일을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감사원은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최종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최종 감사보고서 작성이 마무리되면,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됩니다. 감사원의 최종 감사보고서에는 통계 조작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적 문제점들이 풍부히 담기고, 각 부처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수정하고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유혹에 빠지더라도 현실의 높은 벽을 보고 금방 포기해버리게 말입니다.

최재영 기자 stillyo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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