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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목)

[김순덕 칼럼]이재명의 ‘허언증(虛言症)’ 한가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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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희망 주는 정치” 말은 감동적

당에선 배신자 징계론… ‘개딸 전체주의’

영장기각 사유 “공직선거법 재판 출석 감안”

“고 김문기 모른다” 판결, 총선 전에 내려야

동아일보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기각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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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마디는 민생이었다. 27일 새벽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그는 서울구치소 문 앞에서 “이제 모레면 즐거워해야 마땅한 추석이지만 국민들의 삶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고 했다.

휠체어에서 내려와 지팡이를 짚고 선 야당 대표의 말은 상투적임에도, 고마웠다. 그는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 나라 미래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여당에도, 정치권 모두에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24일간 단식 끝에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 생각하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난 듯한 감동이었다. 무조건 정부여당부터 공격할 줄 알았는데 야당 대표한테 꼭 한가위 선물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날이 밝자 이재명과 민주당에선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로 돌변하는 분위기다.

당장 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론이 쏟아지고 있다. 개딸들의 ‘수박 쪼개기’ 주장이 속출하고 있고, 한총련 의장 출신으로 이재명 친위대 구실을 하는 강위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도 “끝까지 색출해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재명 단식 중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된 진교훈 후보가 이 조직에서 나온 사람이다. 앞으로 전개될 피비린내 나는 친명 공천과 숙청 작업을 짐작게 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수호를 내걸고 새 원내대표가 된 홍익표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 복원을 촉구하며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실무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복원을 절대 하지 말라는 선전 포고나 다름없다. 구속영장 기각이란 구속을 않는다는 것이지,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체 왜 대통령이 사과하고 장관을 파면해야 한단 말인가.

민주당은 법원으로부터 이재명 면죄부라도 받은 줄 아는 모양인데 착각이다. 이재명 대표 직인이 찍힌 공천장으로 총선 승리를 하겠다고, 이재명은 개딸들의 지지로 차기 대선 후보까지도 문제없다고 믿는 듯하다. ‘정당정치의 꽃 대의원’도 없애라는 개딸들이 당내 경선을 장악했으니 대선도 좌우할 수 있다고 믿지는 말기 바란다. 말이 좋아 ‘팬덤 정치’이지, 북조선이나 서조선(중국)에선 우상숭배다. 개딸을 이용해 이재명은 반대파를 쉽게 제거할 수 있어 좋다. 충성스러운 반대파를 용납 못 하는 ‘재명 전체주의’, 그 말이 싫다면 ‘개딸 전체주의’다. 그래서 이재명은 그 많은 비리 혐의에도 저토록 당당한 거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892자 영장 기각 사유 중 놓쳐선 안 될 대목이 있다.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는 부분이다.

‘별건 재판’은 이재명이 3월부터 받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을 말한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수사 중 숨진 채 발견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작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사람을 안다고 할 때 과연 어디까지 알아야 안다고 할 수 있을지, 따지고 들면 심란하긴 하다. 하지만 인두겁을 쓴 사람이면,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이 있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면 더욱 그렇다.

7월 14일 법정에 나온 고인의 아들은 “식사 도중이나 밤늦게, 주말에도 (아버지는) 방 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았고 (어머니가) 누구냐고 물으면 성남시장이라고 하셨다”고 증언했다.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당신 업무 관련해서 거짓말을 하겠나. 저는 들은 그대로 진실만을 이야기했고, 아버지가 저한테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그의 말을 나는 믿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인 줄 알더라”던 이재명 같은 정치인에게 더는 속고 싶지 않다.

1심 판결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나올 경우, 가볍게 볼 수 없다. 최종 확정되면 민주당은 선거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 434억 원을 당사를 팔아서라도 반납해야 한다. 이재명은 향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최종 확정까진 안 가더라도 이런 당 대표를 제1 야당이 언제까지 떠안고 갈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재판부는 속히 판결하기 바란다. 민주당이 자격 없는 당 대표의 총선 공천장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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