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특혜 등 비리 수사에 제동
법원 결정까지 16시간 넘겨
李 “사법부에 감사하다”
“구속 기한 염두에 둬서 기각했을 것”
법원 결정까지 16시간 넘겨
李 “사법부에 감사하다”
“구속 기한 염두에 둬서 기각했을 것”
27일 새벽 3시 50분께 서울구치소 정문으로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법원이 장고 끝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영장 발부에 총력을 쏟았으나,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백현동 개발 특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등 거대 의혹 밝혀내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27일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전 2시 23분께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배임) 위증교사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쟁점이었던 혐의 소명 여부에 대해서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봤으나, ‘백현동 개발 특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에 대해선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 부장판사는 검찰의 증거인멸 우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부장판사는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이 대표는 자유의 몸이 됐다. 법원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9시간을 넘기는 강도 높은 심사를 마친 뒤에도 7시간 가까이 숙고한 끝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2023.9.27 [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새벽 3시 50분께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고 영장 기각 이후 1시간 30분가량을 기다린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지지자들과 악수를 한 뒤 준비한 승합차에 탑승했다. 이후 구치소 인근에서 내린 이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야 모두 잊지 말고 이제는 상대를 죽여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 할 수 있는지 경쟁하는 진정한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서울구치소 인근에 모여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신 연호했고, 발언을 마친 이 대표는 고개를 숙여 화답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백현동 특혜개발’ ‘쌍방울 대북송금’ ‘검사사칭 혐의 재판 위증 교사’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었던 2014년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지 개발사업에서 민간 사업자의 청탁을 받고 각종 특혜를 제공해 성남시에 2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는 경기지사였던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공모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방북 비용 등 명목으로 800만 달러 규모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검찰은 이 대표가 이른바 ‘검사 사칭’ 재판에서 백현동 개발사업 관계자에게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위증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위증교사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이 대표가 받는 혐의가 다양하고 사건이 복잡해 재판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통상 재판부는 6개월로 제한된 피고인 구속 기간 안에 심리를 마칠 수 있을지를 주요하게 본다”며 “이 대표의 경우 다양하고 복잡한 사건에 연루돼 심리가 길어질 가능성이 큰 점도 기각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혐의를 충분히 소명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A씨는 “백현동 의혹과 쌍방울 의욕 모두 김용, 정진상 등의 인정 진술을 받아내지 않으면 발부하기가 쉽지않을 것으로 봤다”며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진술 번복도 기각에 무게를 실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3.9.27 [공동취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가 생환함에 따라 주류인 ‘친명(이재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 친정 체제를 더욱 굳히려 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명계가 가결파를 ‘해당 행위’로 징계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이 대표 강성지지층인 ‘개딸’은 이 대표가 보여온 ‘탕평 기조’마저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명계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는 ‘구속영장 기각이 곧 사법리스크 해소는 아니다’라는 점을 들어 이 대표 퇴진과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다. 비명계 한 의원은 “구속을 면하더라도 이재명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르지 못한다”며 “이 대표가 제정신이라면 사퇴를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통합적 당 운영’을 약속한 바 있고 총선 승리를 위해 비명계를 끌어안는 대통합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홍 신임 원내대표가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한 바 있고 계파 색채가 옅다는 점에서 ‘통합’을 강조하며 계파 간 완충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었다고 인정하고 백현동 개발비리에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송금 관련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다”며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었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임에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 판단하고,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모순된 것이다”고 반박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