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후 대기 장소인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이 대표 지지자가 LED로 만든 '이재명 무죄' 피켓을 들고 있다. 손성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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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렸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유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2시23분 793자(띄어쓰기 포함)에 이르는 장문의 기각 사유를 담은 메시지를 공보관을 통해 기자단에 전달했다. 유 부장판사는 검찰이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의 필요성으로 강조한 위증교사 혐의와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판단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그는 “(검사사칭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의)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 부장판사는 또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해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이례적으로 장문의 입장을 내 유감을 표시했다. 영장 기각 1시간 여 뒤인 3시57분 서울중앙지검 명의의 문자풀을 통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었다고 인정하고, 백현동 개발비리에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송금 관련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한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이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되었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임에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 판단하고, 주변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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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 기소 가닥…재판 공방 치열 전망
이날 영장 기각으로 지난해 10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년 가까이 계속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막판에 강한 난기류를 맞게 됐다. 검찰은 일단 구속영장 재청구는 안 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재청구를 하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또 거쳐야 하는 등 한두 달 정도 또 시간이 소요된다”며 “영장 재청구 없이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를 기소한다면 추석 연휴 이후가 유력하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향후 수사와 재판에선 난항이 예상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사건 등 주요 혐의들에 대한 입증 정도를 문제삼았다는 것은 향후 재판에서도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로비스트 김인섭 씨의 청탁을 받고 백현동 개발 과정에 비정상적인 특혜를 제공했고 ▶이 대표 방북 등의 목적으로 쌍방울이 8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넸다는 주요 혐의 모두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개발의 경우 연구개발(R&D) 용지 기부채납을 통해 1000억원대의 개발이익을 환수했고, 쌍방울 측과 이 대표가 접촉한 적이 없다는 이 대표 측 해명에 일리가 있다고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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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경험이 있는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증거인멸의 우려보다는 야당 대표라는 존재에 비중을 둔 판단”이라며 “피의자가 스스로 성실하게 재판을 받겠다는 야당 대표를 굳이 구속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작용했을 것”고 해석했다. 검찰은 ‘사법방해’라는 프레임으로 증거인멸 우려를 부각하려 애썼지만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직접 증거인멸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이 기소하면 이 대표는 이미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재판과 지난 대선 당시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재판과 함께 총 3건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별개의 재판이지만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공범과 증인이 다수 겹치는 사건들이다. 이 대표 구속이 불발되면서 각 사건 기소에 근거를 제공한 관련자들이 법정에서 일관된 진술을 이어갈지 여부 등이 작지 않은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수원지검 등이 계속중인 이 대표 관련 잔여 의혹 수사의 동력도 상실될 위기에 놓였다. ▶쌍방울그룹의 이 대표에 대한 쪼개기 후원금 의혹 ▶증거인멸 등 사법방해 의혹 ▶대장동 의혹 중 천화동인 1호 428억원 약정 의혹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안 할 수는 없다”며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아 증인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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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17분 사투…‘변호사’ 이재명 직접 반박
이 대표는 이날 지팡이를 짚고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단식으로 기력이 쇠한 듯한 얼굴이었지만 오전 10시 7분부터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선 유창훈 부장판사의 질문에 직접 발언권을 얻어 검찰 수사를 강하게 성토했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논리의 허점을 이 대표가 파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는 9시간 17분만인 이날 오후 7시24분에 끝났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영장실질심사에 8시간 40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10시간 5분이 걸렸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성남시장이 된 이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장실질심사결과
1. 피의자명 : 이재명
2. 피의죄명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3. 결과: 기각
① 혐의 소명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② 증거인멸의 염려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한 점,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4. 담당법관 :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박현준ㆍ김정연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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