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될지 잡범 될지 판단”, “당에서 당신 의심해”
구속 만기 앞둔 李 추가 구속 심사서 ‘증거인멸’ 강조
변호인 “검찰의 영장 청구권 남용…영장 발부 안 돼”
李 아내 ‘대북송금’ 기자회견 공지 두고 檢·변호인 충돌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이날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 등 제48차 공판을 마친 뒤 제2 병합사건(증거인멸교사)과 관련해 검찰이 추가 청구한 피고인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 전 부지사가 2021년 10∼11월 쌍방울 임직원들에게 자신이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직 시절 사용한 회사 법인카드 자료를 인멸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하며 이 전 부지사의 부인 백모씨와 접견 녹취록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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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민주당의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
앞서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이 변호사 사임 등으로 한 달 넘게 공전하고,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쌍방울 대북송금 연관성에 대해 진술한 내용을 번복한 일련의 사태를 ‘민주당의 사법 방해 행위’로 규정하고, 이날 심사에서 백씨와 접견에서 나온 발언들을 증거로 제출했다.
접견 녹취서에는 백씨가 지난달 말 이 전 부지사에게 “(구속) 10개월 잘 참았는데 고생했다”, “조국보다 당신이 더 멋진 사람이 돼 있어”, “영웅이 될지 잡범이 될지 판단하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당에서 당신을 의심하고 있다. 확실하게 안 하면 여기서도 왕따, 저기서도 왕따”라며 “정신을 차려라”라고도 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백씨가 변호사 선임권을 무기로 피고인의 진술 번복을 종용·압박한 것으로 봤다. 아예 현근택 변호사 등 이 전 부지사를 변호했거나 변호하는 이들을 두고 ‘민주당 변호인’이라고 부르며, 구속 기간 만료 뒤 조직적 위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고인 조력이 아닌 민주당의 의사를 대변하며 이 재판과 연관된 이 대표의 재판 진행과 공조해 왔다는 뜻이다. 다만, 현행법상 피고인과 변호인 간 접견 내용은 녹취가 금지돼 이날 관련 녹취서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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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찰의 과잉 수사, 영장 청구권 남용”이라며 맞섰다. 김광민 변호사는 “본사건 재판은 3차례 정도 공판이 진행되면 마무리된다”며 “애초 검찰이 입증계획에 따라 김성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면, 비슷한 시기에 무리하게 추가증거(이화영의 검찰 진술 조서)를 제출하고 피고인에게 증거 인부를 독촉하지 않았다면, (법무법인) 해광과의 갈등도 발생하지 않았을 거고 재판 공전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지사는 “1년간 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거의 행사할 수 없었고 집사람이 기자회견 한다고 한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검찰이) 저런 식의 녹취록을 갖고 이야기하면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될 것 같다. 제가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살펴봐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 李 “1년간 구속 상태에서 방어권 거의 행사 못 해”
앞서 이날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에 제출하려고 작성한 탄원서의 반출을 두고 교도관과 법정 승강이를 벌였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재판 전 협의한 대로 피고인의 자필 탄원서를 가져가겠다”고 했으나, 교도관은 “정식 절차를 밟으라”고 맞섰고 이 과정에서 휴정 중인 법정에서 고성이 오갔다.
아울러 재판 과정에선 이 전 부지사의 아내가 전날 검찰의 대북송금 수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려다 취소한 것으로 두고 변호인과 검찰이 충돌했다. 검찰은 “피고인 측이 지속해서 법정 밖에서 소송행위를 하는데 이는 재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변호인은 검찰이 정당한 변론권을 방해하고 있다”고 맞섰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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