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존비즈온, ICT 전문지 전자신문과 한솥밥
더존을지타워. 사진 더존비즈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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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업인 더존비즈온(이하 더존)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지 전자신문사를 인수한다. 국내에선 테크 기업이 IT 언론사를 인수하는 첫 사례인 만큼, 인수 배경과 기대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더존은 호반건설과 전자신문 지분 인수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인수 규모는 호반건설이 보유한 전자신문 지분 74.38%(44만1230주) 전량으로 인수가는 560억원 규모다. 취득 예정일은 다음 달 20일이다.
더존은 전자신문을 인수한 배경에 대해 "SaaS 통합 플랫폼(SaaS Integration Platform) 기업으로 성장해 온 대표성과 디지털 전환 선도기업으로서 상징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SaaS 통합 플랫폼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역량을 기반으로 통합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을 말한다. 더존은 '위하고(WEHAGO)', '아마란스 10(Amaranth 10)', 'ERP 10' 등 자사 솔루션을 기반으로 SaaS 통합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올해 창간 41주년을 맞은 전자신문은 국내 ICT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한 대표 IT 전문지다. 더존 측은 "(전자신문엔) 최근 AI, 디지털, 4차산업혁명 등 변화하는 산업 환경과 엄중해진 미디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비전과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자사 ICT 기술력과 전자신문의 정보력을 결합하면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에 시장과 산업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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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號 10년…워싱턴포스트는 어떻게 바뀌었나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워싱턴포스트 본사의 모습. AP=연합뉴스 |
테크 기업의 언론사 인수는 국내에선 낯선 사례이나, 외국엔 선례(先例)가 있다. 2013년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2억5000만 달러(당시 약 2789억원)를 들여 인수한 워싱턴포스트(WP)가 대표적이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신성장동력이 필요했다는 점 또한 전자신문 인수 건과 닮았다. 1877년 워싱턴DC에서 창간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사 중 하나였던 WP는 종이신문 시대가 저물면서 광고매출 하락과 구독자 감소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매각을 택했다.
베조스는 WP를 인수하면서 종이신문 중심의 인쇄 출판물을 디지털 브랜드로 바꾸는 디지털 전환에 착수했다. 기사 작성을 돕는 인공지능을 도입했고, 웹디자이너와 데이터 분석가 등 인재를 대거 등용했다. 아마존의 핵심 엔지니어들을 WP로 파견해 디지털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와 함께 뉴스 기획부터 생산, 유통, 분석까지 전 과정에 투입됐다.
신문의 '독자' 개념을 '고객'으로 재정립하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A/B테스팅(디지털 마케팅에서 두 가지 이상의 시안 중 최적 안을 선정하기 위해 시험하는 방법)을 거쳐 콘텐트를 출고, 고객의 선호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성공적인 언론사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소비자 행동에 대응하는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WP는 놀라운 변화를 맞았다. 텍스트 일색이었던 기사는 영상, 인포그래픽 등 다양한 색을 입힌 콘텐트로 범위를 확장했다. 신문 플랫폼을 넘어 유튜브, 틱톡, 레딧 등 떠오르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워싱턴DC 지역 신문 성격이 강했던 WP는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3대 일간지로 탈바꿈했다. 인수 7년 후인 2020년엔 구독자 300만명, 사이트 방문자 수 9000만명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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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전자신문, 언론의 디지털 전환 좋은 사례 될까
전자신문 역시 이번 지분 매각을 계기로 언론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며 디지털 전환을 통해 외연을 확장할 전망이다. 더존은 전자신문의 ICT 분야 정보·콘텐트 생산 역량 등 언론사 정체성을 그대로 수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편집권 독립을 보장해 주면서 기사뿐 아니라 영상, 데이터 등 특화된 콘텐트 개발에 주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한다. 더존에 따르면 회사는 사내 'AI 연구소'를 통해 뉴스에 AI를 접목하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AI로 단순 기사를 제작할 뿐 아니라, 광고주의 경영 컨설팅까지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지금까지 축적한 ICT 데이터와 고객사, 전문가 풀을 활용해 더 다양한 취재 풀을 전자신문에 제공할 수 있다.
더존은 전자신문과 협력해 유망 ICT 기업 발굴과 육성에도 나선다. 팁스(TIPS,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운영사 중 한 곳인 더존은 현재 20개 스타트업을 발굴해 키우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술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AI, 배터리, 양자, 원자력, 우주항공 등 미래 첨단 분야를 선도하는 잠재 기업을 지원하면서 국가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는 목표다.
더존 관계자는 "사회 전 영역이 ICT를 토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전환(DX)의 시대를 맞아 이제는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 격차 해소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래 디지털 전환 환경을 이끄는 DX 선도기업으로서 대한민국 대표 ICT 전문매체와 시너지를 통해 국가 미래 기술 경쟁력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park.y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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