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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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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첫 ‘현직’ 제 1야당 대표 영장심사 ‘정국 대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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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되면 이 대표 거취 등 두고 민주당 대혼돈

불구속 땐 한동훈 등 여권 상대 강력한 공세

경향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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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섰다. 이 대표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권은 큰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됐다. 이 대표가 구속되면 체포동의안 가결로 혼란스러웠던 민주당은 이 대표 거취 등을 둘러싼 대혼돈에 빠져들 수 있다.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민주당은 검찰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국민의힘 등 여권을 상대로 강력한 대여 공세를 펼칠 걸로 보인다. 어느 쪽이든 정국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를 태운 차량은 이날 오전 10시3분쯤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도착했다. 이 대표는 차에서 내려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왼손으론 우산을 들고 자력으로 법원으로 걸어갔다. 단식 여파로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부축은 받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별도의 입장도 내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할 때 입장문을 내놓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나 의원들은 법원에 오지 않았다. 변호사만 동행했다. 대신에 이 대표가 입원중인 서울 강서구 녹색병원 앞에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모였다. 이 대표는 앞서 오전 8시30분쯤 법원으로 가기 위해 녹색병원을 나섰고, 비틀거리며 지도부 및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눴다. 병원 앞에는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서은숙 최고위원, 조정식 사무총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천준호 비서실장, 김영진 정무조정실장 등이 나왔다. 박홍근·조오섭 의원도 왔다. 인사를 나누는 중에 고민정·서은숙 최고위원은 울먹였고, 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떠나자 눈물을 훔쳤다.

이 대표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다음날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가 구속되면 민주당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친이재명(친명)계 지도부와 의원들은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은 구속 상태에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기준이 너무 다르다. 국회의원들은 기소만으로도 공천에 탈락하는데 당 대표는 구속 상태에서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이 대표가 구속되면)기다렸다는 듯 비명계가 나설 순 없겠지만 여론을 보고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에선 이 대표 구속을 궐위 상태로 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나 전당대회를 치를 것을 주장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친명계가 ‘이재명 체제’를 유지하려고 할 경우 계파 대결로 치달을 수 있다.

이 대표가 구속 위기를 넘길 경우 민주당은 대여 투쟁에 나서게 되고 정국이 요동칠 걸로 보인다. 친명계는 무리한 영장 청구를 명분으로 검찰과 한동훈 장관, 국민의힘 등 여권을 향한 역공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검사 탄핵소추안, 한 장관 탄핵소추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표결과 신원식 국방부·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강서구청장 선거에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독주와 통합의 선택에 놓이게 된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친명 체제는 더 단단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가 복귀하면서 비명계를 향해 아무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우리 힘을 합치자’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리더십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비명계를 포용할 경우 민주당은 표면적으로 통합되는 그림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면에 이 대표가 비명계를 공격하거나 친명계의 공격을 방조할 경우 ‘비명계 사냥’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당은 걷잡을 수 없는 분란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민주당을 향한 방탄 비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속 영장이 기각되더라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혐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까지 기소하게 되면 이 대표는 3건의 재판을 동시에 대응해야 한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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