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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달구는 e스포츠… 韓, ‘금빛 사냥’으로 종주국 자존심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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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난 24일 오전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레나 오브 발러(왕자영요)' 32강전 키르키스스탄과 마카오와의 경기가 관중들로 북적이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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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개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최국인 중국 현지에서 e스포츠 바람이 불고 있는 데다 종주국인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자존심이 걸렸기 때문이다. 과거 e스포츠는 육상·수영 등 전통적인 스포츠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은 아니어서 스포츠 범주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흥행에 성공한다면 향후 올림픽 등 다른 국제 대회 종목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우리 게임산업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페이커’ 이상혁, 리그 오브 레전드 역대 최고 선수

지난 22일 오후 한국 e스포츠 대표 선수단이 중국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세계적인 e스포츠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과 선수단을 보기 위해 중국 팬들이 몰려들었다. 함성이 터진 것은 물론이고 이 선수를 보려고 달려가다 넘어지는 팬들도 있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엔 중국 선수들이 선수촌 식당에서 이상혁과 함께 찍은 인증샷을 올려 현지에서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외신들도 이 선수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AFP통신은 “이상혁은 e스포츠의 전설적인 존재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역대 최고 선수로 평가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도 “이상혁은 ‘e스포츠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불린다. 최근 10년 동안 페이커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지배했다”며 “페이커는 이번 대회 가장 매력적인 카드가 됐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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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e스포츠 국가대표 곽준혁 선수가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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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번 대회를 위해 최신식 e스포츠 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입장권 역시 현지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으며 그마저도 추첨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2018년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시범 종목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경기는 지난 24일 시작돼 다음 달 2일까지 총 7개 종목으로 진행된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피파 온라인4(FC온라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파이터5, 아레나 오브 밸러(Arena of Valor), 몽삼국2, 도타2 등이 메달이 걸린 종목이다. 한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 FC온라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파이터5 등 4개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번 e스포츠 종목 총 7종 가운데 2종이 국산 게임으로 채택됐다. 향후 FC온라인을 서비스를 하는 넥슨,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의 마케팅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제 무대에서 ‘K-게임’을 알릴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가 발표한 ‘세계 스포츠 산업 리서치-중국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관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5대 스포츠 종목 중 e스포츠가 58.5%로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올해 중국 e스포츠 생태계 구축에 17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텐센트는 이번 대회 e스포츠 종목 7개 중 4개의 중국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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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 국가대표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22일 오후 중국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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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한·일 2위 싸움서 변수… 한국이 강세 보이는 종목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은 그동안 세계 대회에서 저력을 발휘해왔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1개(스타크래프트2), 은메달 1개(리그오브레전드)를 따냈다. LoL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는 우승 6회로 최다 우승국을 달리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로는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2회 우승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전 종목에서 메달이 기대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FC온라인 경기에 출전한 곽준혁 선수는 동메달을 확보했다. 25일 오후 태국 대표 티뎃 쏭싸이싸쿨과 결승 진출권을 놓고 겨뤄 아쉽게 패했지만, 오는 27일 열리는 패자조 결승전에서 이기면 다시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은 25일 열린 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홍콩과 카자흐스탄 등을 압도적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한국과 일본의 대회 2위 싸움에 e스포츠 같은 신흥 종목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e스포츠는 일본이 약세이고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이어 늘 2위를 유지했지만 육상, 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전력차가 벌어지면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금메달 24개 차이로 뒤쳐졌다.

최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 전통 종목 경기에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의 미국 NBC유니버설 시청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기가 열린 17일간 평균 1550만명이 시청했는데 1988년 NBC가 올림픽 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e스포츠 시청자 수는 5억3200만명에 달했다. 2025년에는 6억40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따라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에도 e스포츠가 힘을 보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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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홍콩전./아프리카TV 캡처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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