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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남중국해에 ‘바다 만리장성’… 부표장벽 설치하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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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옌다오 부근… 比 어선 접근 막아

국제법상 영유권 일방 주장 못 해

군사 요충지… 영향력 확대 노려

환경관측소 설치… 실효 지배 강화

比, 중국 견제 위해 美 활용 전략

미·중 태평양 도서국 두고 충돌

중국이 주변국과 영유권을 놓고 다투는 남중국해의 스카버러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부근에 어선 접근을 막는 ‘바다 만리장성’격인 ‘부표 장벽’을 설치해 필리핀이 강력 반발했다. 이곳은 국제법상 어느 일방이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곳인데, 군사·경제 요충지인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이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그러면서 미국의 남태평양 섬나라에 대한 외교관계 강화 움직임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필리핀 해경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해양 순찰 도중 스카버러암초 일대에서 중국의 부표식 장벽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해경선이 도착하자 중국 해경선 등은 15차례 무선으로 검문 메시지를 보내며 필리핀 측이 국제법과 중국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하다가 필리핀 선박에 언론사 취재진이 타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는 다른 곳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해경이 성명과 함께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는 중국 해경선 3척 등이 밧줄에 부표를 여러 개 이은 약 300m 길이의 부표식 장벽을 설치하는 장면이 담겼다.

세계일보

중국이 22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스카버러암초 부근에 필리핀 어선 접근을 막기 위한 부표식 장벽을 설치하는 모습. 필리핀 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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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버러는 산호초와 암초 등으로 구성된 최고높이 3m 정도의 일종의 바윗덩어리 군락이다. 필리핀 수빅만에서 가까워 거리상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할 곳이 못 된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어느 국가도 이 해역에 대해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후로도 이 지역에 환경관측소를 세우는 등 실효 지배를 강화하고 있다.

필리핀 해경은 “이 장벽이 필리핀 어민들의 생계수단을 박탈하고 있다”며 “관련 국가들과 협력해 필리핀 해양 영유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 자문관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철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25일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하는 어떠한 행위도 강하게 반대한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분쟁 지역에서 필리핀 선박을 몰아내기 위해 적법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22일 필리핀 공무선 한 척이 황옌다오 부근 해역에 무단침입했다”며 “황옌다오는 중국의 고유 영토로, 중국은 황옌다오와 부근 해역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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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미국을 적극 활용 중이다. 양국은 지난 2월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필리핀 내 군사기지를 기존 5곳에 4곳을 더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중국은 태평양 도서국을 두고도 충돌 중이다.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25일 워싱턴에서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쿡제도, 니우에와 공식 수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전문가 등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태평양 도서국을 중국과의 협력을 억제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도 미국의 전략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견제했다. 이런 중국도 지난해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피지에서 10개 태평양 도서국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귀전 기자,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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