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런 내용의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노인빈곤율은 균등화 소득 기준 전체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비율을 말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출생 시기별로 뚜렷하게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2021년 기준 19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 세대의 빈곤율은 40% 이상인 반면 1950년대생의 빈곤율은 30% 이하로 나타나 1950년을 기준으로 빈곤 수준이 갈린다는 것이다. 최근 전체 노인빈곤율이 완화하고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덜 빈곤한 세대인 50년대생이 고령층에 편입된 결과라고 이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부동산 등 자산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노인빈곤율은 감소하지만, 이 경우에도 1940년대 및 이전 출생 세대는 경제적으로 더 취약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고령층은 연금을 통한 노후소득 보완이 어렵기 때문에 자산 축적으로 노후대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득이 낮지만 자산이 많은 고령층이 부족한 소득을 자산으로 보충해 소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산을 소득화해 노인빈곤율을 추정하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대비 매년 7~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그럼에도 한국의 노인빈곤율(포괄소득화)은 34.8%로 미국(10.8%), 독일(11.8%), 영국(9.8%)보다 훨씬 높았다.
1940년대생과 그 이전 출생 세대는 소득은 물론 자산 축적 수준도 열악했다. 2021년 기준 194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의 ‘저소득-저자산’ 비율은 30% 이상인 반면 1950년대생은 20% 이하였다. 이 연구위원은 “노인빈곤이 소득과 자산을 고려하더라도 세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세대 간 소득격차, 세대별로 다른 노후보장체제의 성숙도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저소득-저자산’ 비중이 높은 19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 세대에 집중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체 노인빈곤율 완화에 초점을 맞춰 고령층의 70%에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취약계층의 노후소득 지원 측면에서 큰 효과가 없고 향후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취약계층을 선별해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식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저소득-고자산 고령층은 주택연금 등의 정책을 활용해 스스로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서 “기초연금을 소득인정액의 일정 비율 기준으로 전환하고 지급액을 증액해 19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세대의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면 자연스럽게 기초연금제도가 축소되는데, 여기에 투입됐던 많은 재원은 다른 노인복지제도에 투입해 고령층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