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주민에 태양광발전 이익공유…줄어들던 인구 증가세, 경제 활성화 도움
신안군민 28% 햇빛연금 혜택, 내년엔 46%로 확대…다른 지자체도 정책 벤치마킹
"햇빛이 효자여" |
(신안=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마트에서 고기도 사고, 손주들 용돈도 주고, 햇빛이 효자여 효자"
전남 신안군 임자도 수도마을 이장 이용주(66)씨는 올해 처음으로 임자도 신재생협동조합으로부터 '햇빛 연금'을 받았다.
상반기까지 분기별로 10만원씩 모두 20만원을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받았다.
이씨 마을에는 40명이 사는데 모두 신재생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햇빛연금'을 받고 있다.
이씨는 "2년 전 연륙교가 놓인 뒤부터 귀촌 인구가 늘긴 했는데, 최근에 햇빛연금 때문에 귀촌을 문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지역에서 필요한 것을 살 수가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2년전 경기도 화성에서 귀촌한 박재연(41)씨는 지인들에게 '햇빛연금'을 널리 알리고 있다.
박씨는 "아이들까지 가족이 4명인데, 햇빛연금으로 90만원을 받았다"며 "아이들 먹을 것도 사고, 생활비로도 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도시에서 살았다면 꿈도 못 꿀 선물과도 같아서 지인들에게 '홍보'하고 있다"며 "다들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임자도 태양광발전소 |
◇ 기피 시설에서 '효자'시설로…주민과 이익 공유하는 태양광발전소
임자대교를 건너 10여분을 달리자 드넓은 염전 위에 들어선 태양광발전소가 눈에 들어왔다.
발전소 건물 옥상에 올라가자 태양광 패널이 햇빛에 반짝거려 눈이 부셨다.
임자도 태양광발전소(100MW)는 지난해 9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섬이 많은 신안에는 임자도를 비롯해 5개 섬에 태양광발전소가 운영 중이다.
신안은 풍부한 일조량과 낮은 수심, 저렴한 토지 가격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적지로 알려졌다.
발전 사업자들이 앞다퉈 신안에 사업 신청을 냈지만,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면 환경이 훼손되고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태양광 발전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해지자 박우량 신안군수는 지난 2018년 민선 7기를 시작하면서 신재생 에너지 이익 공유 방안을 발표했다.
지역 자원인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발전소 법인 지분율의 30% 이상이나 총사업비의 4% 이상을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발전소에서 나오는 순이익의 30%를 주민과 공유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신안군이 이익을 모두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발전소 측의 반대로 주춤하는 듯했으나, 주민이익 공유제를 도입하면 별도로 주민 동의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해 반발도 누그러졌다.
신안군은 주민들을 설득해 태양광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익을 주민들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마련했다.
주민들도 처음엔 '군이 업자 편만 든다'며 반신반의했지만, 실제로 연금이 나오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2021년 4월 첫 배당금이 지급되자 반대하던 주민들도 협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주민들의 가입률은 90%를 상회하고 있다.
개발 이익 공유제가 호응을 얻자 경북 봉화군과 전북 김제시, 전남 영광군, 완도군 등 지자체들도 정책 벤치마킹을 다녀갔다.
하늘에서 바라본 태양광발전소 |
지급되는 연금은 거주지와 태양광발전소 거리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신재생협동조합은 주민들이 이사를 꾸려 직접 운영한다.
임자도 신재생협동조합의 정언호(49)이사는 본업이 농업이지만, 비상근 이사로 조합 일을 하고 있다.
정 이사는 "처음 임자도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하니 반대하는 주민이 많았다"며 "지역 상품권으로 연금이 지급되니 지역 상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명진(62) 조합 사무국장도 "조합원 가입을 받는데 한꺼번에 1천명 이상이 조합 사무실에 찾아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며 "태양광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일수록 배당금이 많다 보니 발전소와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주민도 간혹 있다"고 귀띔했다.
주민의 '성원'에 추가로 시설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솔라 에너지 이동욱(55) 임자도 태양광 발전소장은 "최근에 한 주민이 '햇빛연금'을 신청하러 직접 발전소를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며 "소음이나 분진 등 다양한 민원 때문에 발전소를 찾아 항의하는 것을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임자도 태양광발전소 내부 |
◇ '햇빛'이 준 선물…"지역도 살고 인구도 끌어들이고"
신안군은 전남에서도 대표적인 소멸위기 지역으로 꼽힌다.
한때 4만명을 웃돌았던 신안의 인구는 지난 2020년 3만명대로 내려앉았다.
가파르게 줄던 인구는 2021년부터 감소세가 둔화하더니 올해부터 조금씩 늘고 있다.
신안군은 '햇빛연금'을 도입하면서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신안군의 인구는 지난해 말 3만7천858명에서 올해 8월 31일 기준 3만8천126명으로 268명이 늘었다.
면 단위 인구 증감 추이로 보면 '햇빛연금'의 효과는 두드러진다.
'햇빛연금'이 지급되고 있는 지역을 위주로 보면 안좌도(161명), 자라도(40명), 지도(60명), 사옥도(31명), 임자도(49명) 등에서 341명이 증가했다.
'햇빛연금'을 받으려면 신재생에너지 주민협동조합에 1만원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된다.
조합원이 되면 1인당 수십만원(연간 600만원 상한)을 '햇빛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안좌도, 자라도, 지도, 사옥도, 임자도 등 5개 섬 주민은 이미 '햇빛연금'을 받고 있다.
올해 7월까지 이 지역에서는 2천911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84억원을 받았다.
이처럼 '햇빛연금'을 받은 사람만 신안군 전체 인구 3만8천126명의 28%에 달한다.
올해부터는 18세 미만 아동 1천969명에게 햇빛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처음으로 20만원을 지원했는데, 하반기에도 20만원을 또 지급할 예정이다.
연금은 모두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지역 화폐로 지급돼 반응이 매우 좋다.
신안군 추양지 인구정책팀장은 "지난 2020년 12월 신안군의 인구가 4만명 선이 무너지면서 줄곧 감소세를 보였는데 최근에는 '햇빛연금'이 널리 알려지면서 완만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인구 정책을 홍보하면서 '햇빛연금'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경제 활성화…내년엔 군민의 46% 혜택
'햇빛연금'은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지급되고 있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신안지역에는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5개 섬 주민이 '햇빛연금' 혜택을 보고 있지만 대상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는 비금도 200MW, 증도 100MW, 신의도 250MW가 준공될 예정이어서 군민의 46%인 1만7천236명이 '햇빛연금'을 받게 된다.
박우량 신안군수 |
박우량 군수는 "신안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었지만 지난 2021년 4월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배당금을 지급하고 난 뒤부터 감소 폭이 월등히 줄었고 최근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노령 인구가 많은 우리 군에서 인구 증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정책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이어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에 없는 사례라 더욱 힘들었다"며 "많은 분이 협동조합에 가입해 햇빛연금을 받으면서 반대 목소리가 줄었고 반응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군민의 지지와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어려운데, 다행히 군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태양광발전을 시작으로 주민 이익 공유제를 확대해 모든 군민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minu21@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