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쟁시장국, 승인 가닥
유비소프트에 스트리밍 권한 매각 골자 인수계획…수정안 통해 반독점 우려 해소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 유명…전 세계 190개국 월 4억명 게이머 확보
인수 성공땐 '글로벌 3위 게임 기업' 등극…비디오 게임시장 점유율 1위 소니 위협
반독점 우려로 무산될 뻔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인수 건이 마지막 관문을 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초 인수에 반대하던 영국 경쟁시장국(CMA)이 MS에 대해 블리자드 인수 계획 수정안을 승인할 의향을 보이면서다. 정보기술(IT)업계 역대 최대인 92조원 규모 빅딜이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CMA는 지난 22일(현지시간)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올해 8월 MS가 제출한 인수 계획 수정안이) 시장 독점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말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오버워치·콜오브듀티 등 지식재산(IP)으로 유명한 미국 최대 게임사다.
앞서 지난 4월 CMA는 MS에 인수 계획 수정안을 요구했다. 블리자드 합병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MS는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권한을 경쟁사인 유비소프트에 매각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수정안을 지난달 제출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유비소프트가 MS를 대신해 블리자드 게임을 클라우드 플랫폼에 서비스할 수 있는 권리를 15년간 확보하게 된다.
CMA는 이날 발표에서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음 달 6일까지 MS와 협의를 마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MS가 목표로 내세운 인수 거래 완료일은 같은 달 18일이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회장은 "CMA 측 검토 과정에서 이러한 긍정적인 진전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는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과 관련된 CMA의 남은 우려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다음 달 18일 마감 전까지 승인을 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리자드, 'MS 게이밍' 산하 재편···글로벌 3위 등극
MS는 지난해 1월 690억 달러(당시 약 82조원)에 블리자드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외 IT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 사례로 꼽힌다. 그간 최고 인수가액은 2016년 델이 EMC를 인수할 때 지급한 670억 달러였다. MS로서는 같은 해 구인·구직 소셜서비스인 링크드인을 262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능가하는 규모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를 개발한 액티비전과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으로 유명한 블리자드가 2008년 합병해 만들어진 게임사다. 전 세계 190개국에서 월 4억명에 가까운 온라인 멀티 플레이 게이머를 확보했고 직원 수만 총 1만여 명에 이른다. 국내에선 원스토어와 협력해 작년 6월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인 '디아블로: 이모탈'을 출시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MS는 PC·콘솔·모바일 등 대부분 게임 플랫폼에서 강력한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자체 콘솔 기기인 엑스박스를 중심으로 이미 시장점유율도 높다. 인수 수정 계획안대로 유비소프트에 클라우드 스트리밍 권한을 이전하면 클라우드 기반 게임 사업은 후순위로 밀리겠지만 완전히 손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미래 먹거리로 꼽히기 때문이다. 앞서 MS는 인수에 대해 "모바일·PC·콘솔·클라우드 전반에 걸쳐 MS의 게임 비즈니스 성장을 가속화하고 메타버스를 위한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블리자드는 MS의 게임 관련 자회사인 'MS 게이밍' 산하에 포함될 예정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MS 게이밍은 중국 텐센트 게임즈, 일본 소니(SIE)에 이어 매출액을 기준으로 전 세계 세 번째 규모의 게임 기업에 등극한다. 엑스박스가 운영하는 구독형 서비스 '게임패스'에 디아블로·콜 오브 듀티 등 블리자드의 주요 게임 IP가 즉시 추가될 예정이다.
◆해외 경쟁당국 승인에 애먹은 MS···소니 제칠까
MS는 블리자드 인수 계획 발표 이후 각국에서 합병 심사를 받았다. 올해 5월 유럽연합(EU) 40여 개국에 이어 한국과 중국이 합병을 승인했고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제기한 반독점법 소송에서 MS가 줄줄이 승소하면서 합병 작업에 탄력을 받았다.
해외 경쟁당국 반응이 처음부터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MS가 애초 제시한 블리자드 인수 기한은 올해 7월 18일까지였지만 미국 FTC와 영국 CMA에 막혀 작업이 지연되자 석 달가량 연기됐다. 그러나 MS는 이에 불복하지 않았다. CMA를 설득하기 위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권리를 포기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번 블리자드 인수가 국내 게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론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는 콘솔이나 클라우드 게임 이용자가 해외에 비해 적은 데다 MS와 블리자드가 개발·배급하는 게임들의 합산 점유율이 낮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5월 MS에 인수를 승인하면서 이러한 판단 근거를 내세우기도 했다.
다만 서구권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MS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MS 엑스박스, 닌텐도 등 3강 구도로 형성돼 있다. 여기서 MS가 선두로 치고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소니가 점유율 13%로 1위를 기록했다. MS(8%)와 닌텐도(7%)는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소니·MS·닌텐도 등 빅3 업체가 전체 시장 중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71%는 이외 업체들로 구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MS는 비디오게임 업계에선 소니와 닌텐도, 모바일게임 업계에선 텐센트에 지속해서 밀리는 상황"이라며 "북미 최대 게임 IP인 콜 오브 듀티와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에 위치한 캔디크러시사가를 보유한 블리자드를 인수한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블리자드 주요 IP를 엑스박스와 PC 등 자체 플랫폼에 독점 공급함으로써 경쟁사 소니·닌텐도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라는 것.
MS가 PC 운영체제(OS)인 '윈도11'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생성AI 기능을 탑재한 여러 업무용·개인용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어 이번 게임 영역까지 MS 자체 플랫폼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OTT 넷플릭스, 게임 시장 새 경쟁자?
MS 콘솔·모바일 게임 분야 경쟁자로 새롭게 부상한 업체도 있다. 바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다. 2011년부터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 '넥스트 게임즈' '보스 파이트 스튜디오비디오' 등 게임 개발사 3곳을 인수하고 자체 게임 개발사를 설립하는 등 게임 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영화·드라마 등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쌓인 IP는 신규 게임을 제작하는 데 큰 경쟁력이다.
넷플릭스가 출시한 게임은 올해 8월 기준 70여 개다. 연내에 게임 40종을 추가로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 중 자체 개발 중인 게임은 16종이나 된다. 지난달에는 영국·캐나다에서 PC·TV에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비디오 게임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원 기기는 특정 모델 TV와 윈도 PC, 맥OS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이다. 넷플릭스는 오는 11월 6일 일본 세가 게임인 '풋볼매니저 2024' 모바일 버전을 독점 출시할 예정이다.
예상외로 넷플릭스의 게임 서비스 인기가 높다. 게임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실제 서비스에도 속도를 내게 됐다. 마이크 베르두 넷플릭스 게임 부사장이 이끄는 사내 게임 개발 부문 '넷플릭스게임즈'는 최근 임직원 수가 450명까지 늘어났다. 전직 모바일 게임 업체 사장과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인 라이엇 등 소속 인원이 대거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넷플릭스는 신규 콘솔 게임 출시를 예고하고 관련 투자도 늘리고 있다. 2021년 9월 인수한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가 그 중심에 있다. 이 개발사는 옥센프리·애프터파티 등 IP로 유명해진 업체로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 진출 공식화한 이후 처음 인수된 비디오 게임 개발사다. 나이트스쿨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게임은 PC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MS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같은 게임 콘솔에서 이용 가능하다.
이용자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넷플릭스가 모바일에 이어 비디오·콘솔 게임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히자, 국내외 게임업계 관심도 쏠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넷플릭스는 모바일 게임을 주로 출시하고 있지만 앞으로 콘솔 게임도 대거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내외 게임 업체들도 이에 대응해 강력한 IP와 안정성 높은 서비스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최연두 기자 yondu@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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