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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허정무 "정몽규 4선 도전, 축구계 큰 불행…실망과 좌절감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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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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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장에 도전장을 던진 허정무 전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허 전 감독은 29일 "정 회장이 4선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절차를 무시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비상근 임원에 대한 방만한 자문료 지급 등 독단적이고 불투명하며 무책임한 협회 운영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았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정 회장 체제 아래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추락을 지켜보는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수많은 축구인과 축구팬들은 정 회장이 책임 있는 모습과 자세를 보여주길 바랐다. 그래야 우리 축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 회장은 국민들의 여망과는 달리 정반대의 결정을 내리며 또 한 번 축구팬들과 축구인들에게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안겼다"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그 자제로 축구계의 큰 불행이다. 정 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4선 도전 선언이 아니라 위법하고 부당한 축구협회 운영에 대한 문체부 감사결과 조치요구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후 그는 "저는 포기하지 않겠다. 후배들에게 공정하고 자랑스러운 축구협회를 만들어주고자 한다. 함께 한다면 우리 축구계를 바꿀 수 있고, 우리 축구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선언했다.

한편, 허 전 감독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선수, 감독, 행정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 회장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다음은 허정무 전 감독의 입장 전문이다.

정몽규 현 대한축구협회장이 4선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회장은 절차를 무시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비상근 임원에 대한 방만한 자문료 지급 등 독단적이고, 불투명하며,
무책임한 협회 운영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를 받았습니다. 더구나 정 회장 체제 아래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추락을
지켜보는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만시지탄(晚時之歎)이지만, 수많은 축구인과 축구팬들은
정몽규 회장이 책임있는 모습과 자세를 보여주길 바랐습니다.
그래야 우리 축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국민들의 여망과는 달리 정반대의 결정을 내리며
또 한번 축구팬들과 축구인들에게 큰 실망감과 좌절감을 안겼습니다.
국민들의 충심 어린 고언은 보지도, 듣지도 않겠다는 독선적이고 무책임한 경영 스타일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은 그 자체로 축구계의 큰 불행입니다.
무엇보다 변화와 혁신의 기로에 서 있는 한국축구가 개혁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수 많은 축구팬들과 축구인들은 축구협회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태어나고, 공정과 상식, 원칙을 되찾길 바라고 있습니다.

제왕적인 수장이 아니라 소통하는 협회장!
밀실 행정이 아니라 열린 경영!
반칙과 특권이 아닌 원칙과 규정에 따른 의사결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축구협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이런 실낱같은 기대마저 완전히 저버렸습니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선대 회장님들의 업적에 누가 되지 않고 명예롭게
물러나는 최선의 길이지만, 다시한번 허탈감과 배신감만을 남겨주었습니다.

정몽규 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4선 도전 선언이 아니라
위법·부당한 축구협회 운영에 대한 문체부 감사결과 조치요구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 결과 총 27건에 대해 문책(징계), 시정, 주의, 제도개선을 통보하였고, 특히 정몽규 회장 등 관련자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에 현재까지 이에 대한 어떠한 조치나 소명도 없이 4선에 도전할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이제까지 정몽규 회장이 보여온 독단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다시한번 보여주는 것으로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존경하는 축구인, 그리고 축구팬 여러분!
안타깝지만 정몽규 회장의 출마 선언으로 저는 이제 정 회장과 함께
축구협회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지난 출마 선언에서 밝혔듯이, 저는 한평생 축구인의 외길을 걸으며
팬들로부터 큰 사랑도 받았고, 때로는 가슴 아픈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좌절을 맛보며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후배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지도자로서 부족함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꼭 정몽규 회장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축구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왔기에 그리 신선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비겁하고 비굴하게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말이 들립니다.
조직과 인맥, 보이지 않는 기득권까지 절대적 열세인 허정무 감독이
‘과연 골리앗 같은 정 회장을 상대해 ‘이길 수 있을까?’ 라고 말합니다.
저 역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중과부적(衆寡不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 고향 앞바다를 누비며 나라를 지켰던 충무공은 13척의 배로 4백여척의
왜선를 쓰러뜨리며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자랑스런 역사를 써온 우리
선조들처럼 제 몸안에는 누구와도 맞설 수 있는 피끓는 열정이 있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공정과 상식 그리고 원칙이 통하는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 국민과 축구인들이 나서야 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통해 정 회장의 폭주를 막고 대한축구협회의 혁신을 주도할
인물을 뽑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시간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한국축구의 백년이 좌우될 것입니다.
저는 비록 단기필마(單騎匹馬)지만 당당하고 유쾌하게 도전해
후배들에게 공정하고, 자랑스러운 축구협회를 만들어 주고자 합니다.
후배들이 마음껏 축구에 전념하는 징검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함께해 주십시오!
변화를 바라는 축구팬들과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한다면 ,
불공정과 반칙이 사라지길 바라는 축구인들이 함께 한다면,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들처럼 올바른 판단이 함께 한다면
우리 축구계를 바꿀 수 있고, 우리 축구는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경제=이건희 기자 topkeontop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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