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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오염수 방류 1개월... 일본서 “먹어서 응원” 확산에도 냉동창고엔 가리비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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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수 반작용 '후쿠시마 응원' 확산
'가리비 수출' 홋카이도선 창고 모자라
하코다테 시의회는 "방출 중지"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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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5시, 일본 도쿄의 고탄다역 구내의 해산물 판매점 ‘사카나 바카’에 후쿠시마산 생선을 사용한 회와 덮밥이 진열돼 있다. 도쿄에 9곳의 점포를 운영하는 이 업체는 이달 8~21일 전 점포에서 ‘발견! 후쿠시마 페어’ 이벤트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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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20일 오후 5시, 일본 도쿄의 고탄다역 구내의 해산물 판매점 ‘사카나 바카’에선 퇴근길 시민들이 후쿠시마산 생선을 사용한 회와 덮밥 등을 고르고 있었다. 도쿄에 9곳의 점포를 운영하는 이 업체는 이달 8~21일 ‘발견! 후쿠시마 페어’ 이벤트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손님들은 기자에게 “중국이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서 응원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2. 홋카이도 몬베스시 소재 수산가공업체 ‘마루에이수산’이 보유한 학교 체육관 넓이의 냉동창고엔 가리비가 꽉 차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생산한 총 6,300톤의 가리비 중 60%를 중국에 수출했는데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지로 재고가 쌓여 창고 유지비만 늘고 있다. 사장은 마이니치신문에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10분의 1이 될 듯하다”며 “정부가 보관장소 확보와 판로 확보, 소비 확대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방류를 시작한 지 24일로 한 달을 맞았다. 방류 전만 해도 소비자들이 후쿠시마현과 인근 지역 수산물을 기피하는 ‘소문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1개월이 지난 지금, 의외로 후쿠시마가 아닌 홋카이도에서 어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지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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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도요스 수산시장을 찾아 해산물을 맛보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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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해삼 가격 두 자릿수 폭락


이날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가리비와 해삼 등 중국 수출 비중이 큰 어종을 잡아 온 홋카이도 어민과 수산업자들은 두 자릿수 비율로 폭락한 가격 탓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해삼은 90%가 중국과 홍콩에 수출해 왔기 때문에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홋카이도에서 가리비 등을 중국에 수출하는 거점이었던 하코다테시의 시의회는 지난 1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방류 중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반면 후쿠시마에선 소문 피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방류 전 1개월 후쿠시마산 광어 평균 가격은 kg당 2,339엔, 방류 후 1개월은 2,259엔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올해 10% 넘게 비싸졌다. 도쿄 도요스 수산시장이 지난 7월부터 매주 토요일 개설하는 특설 코너에선 23일 후쿠시마산 광어회 등 생선회 약 50팩이 개점 1시간 반 만에 매진됐다.

역설적이지만 ‘후쿠시마 수산물을 먹어서 응원하자’라는 캠페인의 확산도 중국의 수입 중지가 계기였다. 특히 중국인의 항의 전화가 일본에 빗발친 게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반중 감정을 자극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본 미국 대사도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구입하고 중국을 비난하며 “세계에서 중국만 방류에 반대하고 억지를 부린다”는 주장에 동조했다. 산케이신문 등 우익 매체는 방류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 주장이나 언론 보도를 “중국의 괴롭힘에 동조하는 반일적 행위”라고 연일 비난하며 방류 반대 여론마저 위축시켰다. 불안감에 구입이 꺼려지는 일반인도 감히 말하기 힘든 동조 압력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의 후쿠시마 응원 분위기가 장기간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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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이매뉴얼(왼쪽 두 번째) 주일본 미국 대사가 지난달 31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시에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소마=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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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 이달 말쯤 2차 방류 시작 예정


지난 11일까지 1차 방류(약 7,800톤)를 마친 도쿄전력은 이르면 이달 말 2차 방류 개시를 위해 배관을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2차 방류 오염수의 방사성 핵종 검사에선 탄소-14, 세슘-147, 코발트-60, 아이오딘-129 등의 방사성 물질이 미량 검출됐으나, 모두 일본 정부의 고시 농도 한도에 크게 못 미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도쿄전력은 방류 후 한 달간 원전 인근 해역에서 실시한 바닷물 및 생선에 대한 삼중수소 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방출구 바로 앞 해역에서 채취한 바닷물에서 리터당 1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게 가장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이는 도쿄전력의 방류 중단 기준(원전 3㎞ 이내에서 리터당 700베크렐)을 크게 밑돈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총 4회에 걸쳐 오염수 총 3만1,200톤을 해양에 방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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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기자들이 방류 설비를 취재하고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낮아진 뒤 방류하기 전에 일시 보관하는 탱크가 보인다. 후쿠시마=외신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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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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