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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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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서울보증보험 몸값 기대치 밑돌아도 상장 강행할 듯... 공모 투자자에겐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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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종로구 연지동 서울보증보험 본사 / 사진 = 서울보증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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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증보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대주주 예금보험공사가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하단에라도 기업공개(IPO)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자산가치의 절반 가격에라도 일단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겠다는 뜻이다.

IPO 단계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므로, 반대로 말하면 공모주 투자자들이 수익을 볼 여지가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상장 후 예보와 금융당국이 서울보증보험 잔여 지분을 비싸게 팔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보증보험 시장 구도를 지키고자 ‘측면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이 최근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한 공모가 밴드(3만9500~5만1800원)는 당초 계획했던 가격에서 하단을 5% 정도 낮춘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가 하단을 하향 조정했다는 건, 설령 기관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상장 절차를 완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순자산가치(자본총계)인 4조8000억원에 주가순자산비율(PBR) 0.95배를 적용한 뒤 21~40%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순자산가치의 0.57배를 공모가 밴드 하단으로 정한 셈이다.

공모가 산정 과정 자체는 납득할 만하다는 반응이 많다. 비교기업인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의 PBR(각각 0.67배, 0.48배)보다는 높게 잡았지만, 보증보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민간보증시장의 61%를, 민간·공적보증시장 전체의 26%를 점유하고 있다. 이행보증·신용보증·재보험 등 종합보증보험을 영위하는 유일한 회사라는 점에서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처럼 종합보증보험 시장을 한 곳이 독점하는 사례는 해외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일각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을 ‘보증보험시장의 독점 회사’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에 가깝다. 최근 두산로보틱스의 기관 수요예측에서 대부분이 밴드 상단 이상을 적어 낸 것과 대조되는 분위기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보험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지 않은 데다 신주 발행 없이 전량 구주 매출로 진행돼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밴드 하단이 아니라 그보다 낮은 공모가를 정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이 제시한 공모가 하단 기준 기업가치(2조7600억원)는 예보가 회수해야 할 돈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예보는 지난 1997~2001년 공적자금 10조2500억원을 투입해 서울보증보험 지분 93.85%를 취득했는데, 지금까지 배당 등을 통해 회수된 돈이 4조3483억원이다. 배당성향이 50%에 달하는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럼에도 아직 5조9000억원을 더 회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IB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분명히 공적자금을 까먹은 데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상장 주관사를 정하기 위한 입찰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고민거리가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2000년대 초 정부가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의 IPO를 추진했으나, 주관사가 제시했던 공모가 밴드가 PBR 0.5배를 반영한 값이어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은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발전자회사 상장을 재추진할 때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만 현재로서는 예보의 강행 의지가 강하다. 보험회사에 대한 증권가 기대치가 낮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적으로 순자산가치를 모두 반영한 값에 매각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서울보증보험이 ‘헐값 상장’을 진행하면, 역설적으로 공모주 투자에는 괜찮은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보증보험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 몸값을 더 높여 비싼 값에 블록딜을 추진하려면 정책적으로 현 독점 체제를 몇 년은 더 지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공모주 투자는 단기 차익을 노리고 하는 것 아니냐”며 “현재의 시장 독점 체제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배당금 받으며 1~2년간 (서울보증보험 주식을) 들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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