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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전자에 갑질한 미국 브로드컴에 과징금 191억 원 부과 결정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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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에 갑질을 했단 이유로 191억 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업체 삼성전자가 갑질을 당한다는 게 놀라울 수 있지만, 브로드컴은 고성능 무선통신 부품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으로 현재 삼성전자보다 시가총액이 큽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책정한 과징금이 수조 원대 계약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살펴봤습니다.
"증오스러운 경쟁자"…부품 공급 끊고 '노예 계약' 강요
2020년 삼성전자 '갤럭시 S20' 시리즈 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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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브로드컴은 삼성에 스마트폰의 통신 주파수 품질을 향상시키는 RFFE 부품과 와이파이, 블루투스 부품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이 2020년 내놓은 갤럭시 S20에 경쟁사 부품을 일부 사용하자, 브로드컴은 "증오스러운 경쟁자"의 부품을 채택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는 이메일을 삼성에 보내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브로드컴은 경쟁사 부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삼성이 3년간 매년 1조 원 상당의 브로드컴 부품을 사들이는 내용의 계약을 맺자고 요구했습니다. 목표한 금액보다 덜 사들이면 차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이라 삼성은 당연히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브로드컴은 선적 중단과 구매주문 미승인 등 스마트폰 부품 공급을 끊는 방식으로 삼성을 압박했고, 삼성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받아들였습니다.
갤럭시 S21, S22 시리즈에서 경쟁사 부품을 탑재하려던 삼성은 비싼 브로드컴 부품으로 바꾸는 와중에 2천억 원 넘는 추가 비용을 들여야 했습니다.
브로드컴 "폭탄 투하"…삼성 "가진 카드가 없다"
브로드컴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제재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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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이 거래 상대방에게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는데, 거래 중단에서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브로드컴과 삼성이 가졌던 상황 인식이 중요한 근거가 됐습니다.
공정위 조사결과 브로드컴은 삼성에 취한 조치들에 대해 스스로 '폭탄 투하', '핵폭탄'에 비유하며 '기업윤리에 반하는' '협박'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면, 당시 삼성은 "생산 라인에 차질이 우려된다", "가진 카드가 없는 입장에서 판 깨지 않고 최대한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어차피 급한 건 브로드컴이 아니다"라며 전전긍긍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공정위는 삼성이 브로드컴의 일방적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했습니다.
191억 원은 과징금 상한…"민사 소송이 본 게임"
수조 원대 계약을 강요한 브로드컴에 과징금 191억 원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당시 공정거래법이 허용하는 과징금 최대치입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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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 공정거래위원장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에 부과 기준율, 2%가 상한 입니다. 법 개정으로 현재 상한이 4% 이지만, 당시 기준은 상한이 2%였습니다. 상한에 맞춰 2%로 책정해 과징금을 산정했습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까지 적용하면 당시 과징금 상한이 3%(현재 6%)로 높아지지만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기정 | 공정거래위원장
"경쟁 제한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거래 상대방이 삼성전자 1개에 한정됐고, 애플 등 시장 참여자에게는 영향을 미친 바가 없다고 봤습니다."
경쟁법 권위자인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또한 브로드컴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보기에는 시장 획정 등 어려운 점이 있어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황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사건 본질이 시장 경쟁 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양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 다툼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 남용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고 보입니다."
이 교수는 공정위가 브로드컴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였다가, 국내 반도체 중소기업에 2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브로드컴의 자정시정안에 삼성전자가 강력 반발하자 기각한 뒤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제도 취지상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황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동의의결 제도는 피해자에게 피해를 보상하고 왜곡된 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실용주의 관점에서 도입됐습니다.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최종적인 판단이 되는 것은 아니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의견을 수렴해 보니 피해자 구제가 시정 방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죠."
사실 삼성 입장에선 브로드컴이 과징금 200억 원을 내냐, 300억 원을 내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국고로 귀속될 돈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는 향후 민사 소송에서 손해배상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갑질당하던 삼성 입장에서는 피해 회복을 위한 '본 게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정반석 기자 jb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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