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우리나라는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등 핵심 IT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IT 인프라 강국이라 할 수 있지만 IT 강국이라 얘기하기 어렵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신기술 개발과 투자에 나섰지만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다. 과거 IT 후진국으로 평가받던 중국이 미국에 이어 톱2 기술국가로 꼽힐 만큼 아시아 내 IT 시장을 이끌던 상황도 역전됐다.
전자신문은 창간 41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디지털 재도약을 위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각 분야 전문가로부터 우리나라가 다시 디지털로 재도약하기 위한 방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전자신문 창간 41주년 기획 대한민국 디지털 재도약을 위한 특별 좌담회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안호천 전자신문 부장,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고진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 김용진 서강대 교수, 장홍선 SK텔레콤 부사장이 환담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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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가나다 순)]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원장
△장홍성 SK텔레콤 애드테크 CO담당 부사장
◇사회(안호천 전자신문 ICT융합부 부장)=디지털 패권을 둘러싼 국가 간,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9월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발표했다. 각국이 디지털 패권에 집중하는 근본적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윤혜정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윤혜정(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원장)=각국이 디지털 패권에 집중하는 원인은 디지털화를 통한 산업효율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패권경쟁, 코로나, 우크라이나전쟁, 아시아지역 인건비상승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불안정성이 증가했다. 이에 대한 대비로 식량, 의료 핵심제조업 등 주요산업의 국내생산(리쇼어링)이 부상한다. 글로벌공급망이 안정성을 고려해 변화하면서 자국내 생산에서 비용격차·축소 등 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한 디지털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에 반도체, 자동차, 패스트패션 등 글로벌 기업은 디지털, 자동화 등에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디지털 강국이 돼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우리사회 당면 문제를 디지털전환으로 통해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디지털화, 자동화, 로봇화를 통한 효율화는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준비시간이 충분한 문제도 아니다. 디지털과 자동화에 더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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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디지털전환(DX)은 패러다임과 맞물려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필두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탄소배출도 줄이고 친환경 제품·공정에 신경써야 한다. 소비자 트렌드도 변했다. 과거에는 모든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불가능하다. 원하는 장소에서 그 사람이 원하는, 그 사람만을 위한 솔루션을 줘야 한다. 이렇게 맞춤형 생산, 개인화 생산을 하면 비용이 상당하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DX다.
글로벌 패러다임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저위·중위·고위기술 제조 가운데 고위기술 제조가 2020년부터 뒤지고 있다. 고위기술은 컴퓨터·데이터 처리·우주 항공 등이다. 우리는 기계·화학·특수기계·철강 등 중위 기술에서 경쟁력을 보유했다. 그러나 무역 수지가 안 좋다. 이 때문에 정부가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주장하지만 과거 산업 구조 아래에선 리쇼어링이 불가능하고 의미 없다.
◇장홍성(SK텔레콤 애드테크 CO담당 부사장)=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에서 7개(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가 디지털·인공지능(AI) 기술 기반 기업이다. 이는 해당 기업의 영향력이 기업이 속한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디지털 기술은 국민생활과 제조·의료·유통·국방 등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국민 편익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하는 핵심 기술이 DX이다. 디지털 강국이 되기 위해 정부와 기업 등이 노력해야하는 시점이다.
고진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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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우리나라가 제조부문 경쟁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정보기술(IT)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외부에서는 우리나라 디지털라이제이션(디지털화)에 대한 평가가 생각만큼 좋지 않다. 통신 등 인프라는 좋지만 데이터 활용, 디지털 격차 등은 점수가 상위권이 아니다.
좋은 디지털 인프라를 활용해 인구 감소 문제, 공급망 문제 등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플랫폼 회사나 국가가 어떻게 디지털화를 하는지 주목하고 접목·활용 가능한 부분은 받아들여야한다. 이 속에서 우리만의 것을 찾으며 나가는 방법이 필요하다.
◇사회=우리니라 디지털화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하는가. 디지털 강국이 되는 데 우리가 가진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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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언(법무법인 린 변호사)=우리나라가 가진 최대 장점은 휴먼리소스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다. 전국에 광케이블을 설치할 만큼 인프라는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IT 인프라 강국이지만 IT 강국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단점은 디지털변화 도약을 가로막는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정부 주도 성장이 아니라 민간 주도 시대다. 미국만 보더라도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엑스가 우주선을 발사한다.
우리나라는 단적인 예로 자율주행 로봇이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불가능하다. 특별법을 만들어 촬영은 가능하지만 얼굴은 마스킹처리를 해야한다. 특별법 의미가 없어졌다. 자율주행차는 보행자 얼굴 표정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는 보행자가 차량을 바라보며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는지 등 주요 상황에서 표정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아날로그시대의 법이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대표 사례다.
민간 주도 시장에서는 경험적 금지 규제를 만들어야한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넘어가자는 것이 곧 민간 주도 넘어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 주도 규제를 놓지 않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결단내려야 할 사항을 특별법 등 특례로만 해결하려 해선 안된다.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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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현주(생활연구소 대표)=우리나라 강점은 글로벌 플랫폼을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오징어게임처럼 좋은 글로벌 콘텐츠가 탄생한 것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적극 도입한 덕분이다. 구글 등 글로벌기업도 한국 시장에 주목한다. 한국은 신기술이나 트렌드 채택이 빠르다. 빠르게 학습하고 변화하고 디지털을 받아들이거나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인프라와 국민성 모두 뒷받침된다. 이 때문에 주요 글로벌 기업은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도 한다.
단점은 이렇게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신기술을 채택해 글로벌하게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이 외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기업은 다소 부족하다. 디지털 국가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기 어렵다. 일본과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한 SNS '라인'처럼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을 파고드는 도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진=디지털 강국이라고 하지만 실상 디지털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문제가 디지털로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디지털이 아닌 시스템이 동반돼야한다.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디지털 능력도 발휘할 수 있다.
국민 소득은 높아졌지만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은 예전 수준에 머물렀다. 워라밸 세대에게 과거 일하는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틈(갭)을 채워주는 것이 디지털이다. 디지털을 활용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부 혁신이다.
정부 곳곳에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좋은 하드웨어가 늘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나 워크플로우는 2000년대 초반 만든 시스템 그대로다. 좋은 컴퓨터와 전산 장비를 도입했지만 일하는 방식은 과거 시스템을 조금 바꾼 수준이다. 업무를 재설계하고 시스템을 재구성해야한다. 디지털화는 좋은 디지털 기기를 도입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디지털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까지 고려해야한다. '디지털바이디자인', 즉 우리 시스템을 디지털화에 맞춰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할 시점이다.
장홍성 SK텔레콤 부사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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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성=우리나라 강점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우수한 유무선 통신 인프라, 디지털 기술에 맞는 신속한 개발 문화, 새로운 것에 대한 높은 수용력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약점은 밀집한 사회에서 신서비스 도입에 따른 이해 충돌이 격화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조정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제대로 조정이 안되다 보니 새로운 서비스 도입 등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보완해야 신기술 도입에 주저함이 없고 디지털 분야에서도 혁신과 발전을 체감할 있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역량을 넘어 개념 설계를 할 수 있는 창조적인 질문·문제 발제 역량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주어진 시간 내 문제를 잘 풀고 납기일을 지키는 것에서 그치면 안된다. 앞으로는 최초의 질문, 창의적 질문을 할 수 있는 발제 역량이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윤혜정=일반적인 기준으로 우리나라 디지털화 수준은 양호하다고 볼수 있다.(스위스 IMD발표 2022 디지털경쟁력 63개국 8위)
그러나 상대적인 기준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인구감소,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디지털화 필요성 대비 도달율로 본다면 우리의 디지털화 수준이 절대 높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한편으로 강점 약점 측면에서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가 강점이 될 수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듯이 우리의 환경이 디지털전환을 어느나라 보다 빠르게 촉진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이는 곧 강점이 될 수 있다. 인력문제가 심각해지는 시점과 기술성숙도·보편화 시점과도 비교적 잘 맞아떨어진다.
우리가 산업과 사회전반에 걸친 디지털전환을 통해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을 이루어낸다면 새로운 시장의 개척자가 될 수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세계적 문제다.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심각하게 맞이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를 디지털화·자동화·로봇화 등을 통해 극복하면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것이다.
◇사회=혁신적 벤처, 스타트업은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디지털 확산에도 기여 중이다. 디지털 기반 벤처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은 무엇이며 반드시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연현주=스타트업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오래된 법이다. 인터넷 결제가 도입된지도 이미 20년 넘었다. 여전히 카드로 온라인 결제하는 게 고려되지 않은 법이 많다. 법이 안바뀌는것 보다 더 큰 문제는 이해관계다. 원격진료, 타다 등 모두 비슷했다. 기득권을 가진 집단을 설득해 디지털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새로운 서비스는 되도록이면 우선 시도하도록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바로 잡는 단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투자(펀딩)가 아직 약하다. 이스라엘처럼 지속 투자도 필요한데 이런 부분도 많이 부족하다.
노동환경 유연성이 필요하다. 디지털화되면서 노동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플랫폼 일자리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새로운 직업이 생겼지만 노동시장 논의는 정규직과 4대보험으로 귀결된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힘든 부분이 많다. 노동환경이 디지털 기반 새로운 시장과 환경에 열려있지 않다. 바뀐 노동환경에 맞는 정책을 고민해야한다.
◇사회=디지털 전략의 핵심은 양질 데이터 공급과 활용에 있다. 양질의 데이터 공급과 활용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기술, 예산, 정책 등)에는 무엇이 있나.
◇윤혜정=DX를 통해 우리나라가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산업전반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속도와 범위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우리산업과 사회전반의 일하는 방식을 데이터 기반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쉽지 않았다. 기술난이도가 급속도로 낮아지는 것과 생성형AI가 데이터활용의 범위와 효과를 엄청나게 향상시킬 것이다. 기술난이도가 급속도로 낮아지는 것은 기업 비즈니스 전반에 데이터분석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생성형AI는 진정한 지식경영의 시대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화를 통한 위기극복은 중소기업에게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진흥원은 이런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데이터 활용지원 속도를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하려고 한다. '문제해결은행'을 추진하려 한다. 같은 업종 같은규모의 사업자가 효과를 본 사례를 동일 업종사업자에게 적용해 빠르게 확산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바우처를 통해 사례를 만들고 이를 문제해결은행이라는 플랫폼에 축적시켜 동일 업종의 기업이 바로 적용하도록 확산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도약을 위해 데이터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축은 개인데이터다. 데이터 이동권중심의 마이데이터 정책을 개인이 의미있는 데이터를 더 많이 생산·공유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려 한다.
지난해 시행된 데이터 산업법 시행에 따라 이 법이 현장에서 차질없이 시행되고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법·제도 후속조치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사회=디지털 확산으로 산업 간 융합이 빨라지고 신산업 출현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반으로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고 신산업이 주력 산업으로 연착륙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김용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추진되는 신산업 분야가 도심항공교통(UAM)이다. UAM이 도입되면 교통체계가 상당히 바뀔 수 밖에 없다. 교통 실시간 상황부터 사고 발생 시 대응 방법, 주차 문제 등 교통 관련 모든 것을 새롭게 고민해야한다. UAM 서비스 하나 도입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상당히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이 같은 신산업은 테스트가 중요하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단순 시도에 그쳐선 안된다.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업계와 정부가 다방면으로 테스트하고 이 과정에서 시스템 체계 등을 고민해야 한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한 신산업 성장은 불가능하다.
이미 독일은 민간에 상당 부분을 이양했다. 민간과 학계가 중심이 돼 신산업을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을 준비한다. 정부는 이들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역할만 맡는다. 개별 기업이 아니라 신산업을 이끄는 단체와 산업계를 지원하고 민간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디지털 확산에 따라 디지털 전환, 혁신 사례가 많이 생겨난다. 디지털 혁신의 베스트 프랙티스가 있다면 어디를 대표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까.
◇장홍성=이상과 현실, 달콤한 열매와 쓰디쓴 과정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회사의 존망을 걸고 이러한 간극을 극복하고 유니콘 기업이 된 몰로코라는 회사를 대표 사례로 꼽고 싶다.
몰로코는 한국인이 설립자인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이다. 한국 오피스에도 100명 정도 직원을 둔 AI 기술 기반 유니콘 기업이다. AI 기술 기업으로는 드물게 연간 1000억원대 이익을 창출한다. 안전한 사업 영위가 아니라 많은 시행 착오를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퀀텀 점프를 위해 과감한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이상적인 모습이나 달콤한 열매에 관심을 둔다. 몰로코처럼 유니콘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쓰디쓴 과정과 때로는 회사의 존망을 건 도전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SK텔레콤도 디지털 기반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 예전에 '모바일 퍼스트' 라는 용어가 많이 쓰였는데 요즈음은 'AI 퍼스트'가 더 적절한 표현같다. SK텔레콤도 AI컴퍼니로 도약을 위해 'AI 피라미드 전략(가칭)'하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AI 피라피드는 맨 아래에 5G·6G, 데이터센터, AI 반도체와 같은 AI 인프라를 놓고 그 위에 AI 기반으로 기존 산업의 DT를 가능하게 하는 AIX, 맨 위 정점으로 고객과 접점과 서비스를 AI 기반으로 재창조하는 에이닷 등의 AI 서비스로 구성됐다. 이러한 AI 인프라·AIX·AI서비스의 성공적인 추진을 통해 AI 컴퍼니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앞서 몰로코 사례에서도 언급했듯 이러한 도전은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끈기를 갖고 꾸준히 추진하려 한다.
전자신문 창간 41주년 기획 대한민국 디지털 재도약을 위한 특별 좌담회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전자신문사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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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와 산업 전반에 디지털 확산을 하는 데 있어 최대 걸림돌은 다양한 규제다. 어떻게 규제를 개선해야하나.
◇구태언=우리나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 법을 바꿔야 하는 시스템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승인부터 받아야 한다. 서구 민주주의국가는 국가가 시민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를 크게 규제하지 않는다. 지방 정부가 대부분 처리한다.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5%대 15%다. 유럽은 중앙이 55%, 지방정부가 45%다. 지방 정부에게 권한을 넘긴다. 우리나라는 시도마다 상황이 다른데도 전국을 동일한 규제로 가로막고 있다.
규제 시스템을 민간주도로 바꾸는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기득권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있다. 포지티브 규제다. 이를 벗어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국회 법개정 또는 시행 규칙 같은 정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새로운 혁신, 기술, 서비스가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 시스템 정점에 정부가 있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나설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고 자리잡도록 도와야한다.
정부가 중립적이 돼야한다. 정부가 새로운 기술, 실험이 가능하도록 자리를 열어주고 과감하게 결단 내려주지 않으면 디지털 재도약은 어렵다.
◇사회=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재도약을 위한 제언이 있다면.
◇고진=부처간 담을 허물어야한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벽을 허물어야 혁신이 일어나고 데이터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디플정위원회에서 이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처간 담을 허물고 함께 협력하려는 인식이 공무원 사회에서 확산되길 바란다.
◇구태언=민간주도 사회로 전환해야한다. 선진국은 이미 각 분야에서 디지털 고도화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등장했다. 중요 산업 민영화를 전격 추진하고 지방 분권도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모든것을 쥐고 있을 필요가 없다. 생활밀착형 산업은 국가가 규제를 계속 풀어주고 지방정부에 권한을 상당부분 이양해야한다.
정부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정부에 전문가가 부족하다.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 개방형 공직으로 보직을 바꿔야 한다. 공무원과 민간이 경쟁하는 개방형 공직 시스템이 좋다. 전문가를 많이 채용해 민간 주도 사회의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해줘야한다.
◇연현주=한국에서 디지털 성공 대표 사례는 결국 민간 서비스다. 글로벌에서 열세지만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 등이 없었다면 국민 생활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국민 편익을 주는 것은 결국 기업이다. 기업이 주도해서 장을 만들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규제도 규제지만 반기업적 정서도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윤혜정=기술난이도가 점점 낮아짐에 따라 산업특화적 지식을 갖춘 도메인 전문가에게 데이터과학자 역량을 갖추 게 하는 것이 산업전반 디지털 전환에 더 효율적인 방식일 것이다. 이제 이것이 가능한 시기가 됐다.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대는 50대다. 이 세대는 산업특화 지식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세대다. 이 세대에 대해 기술적 역량을 재교육해 디지털전환 주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세대에게 디지털기술을 장착시켜 고령화로 넘어가는 방식에서 생산가능인구와 고령인구, 이에 새로운 인구유형으로 진화시키는 것을 제언하고 싶다.
◇장홍성=정부는 주요 산업 정책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거대한 정부 각 기관은 디지털 기술 수요자다. 좋은 수요자의 역할은 디지털 기술 활성화에 매우 중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디플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기술의 수요자로서 민간 기술을 적극 도입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국민 편익 증대를 이뤘으면 좋겠다.
◇김용진=분야별 산업 혁신 플랫폼을 제안한다. 민간이 주도하고 학계가 함께 모여 주제를 정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면 된다. 워킹 그룹을 만드는 등 커뮤니티를 사회에 확산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이미 미국, 중국, 영국, 독일 등은 이렇게 민간 중심 산업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역 사회 중심 커뮤니티 등을 주축으로 민간이 직접 부딪히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역량이 쌓이고 법제도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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