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일본 맥주. 사진 속 아사히 맥주는 가장 인기 있는 '생맥주캔'과는 다른 종류지만, 역시 거의 나간 상태였다. 세종=나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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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유, 오후에 오시면 구경도 못 해요. 아직도 아사히 맥주 들어오는 날엔 아침부터 줄을 서 있어요.” "
지난 16일 세종의 한 대형마트에서 근무하는 주류 코너 직원은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의 인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개봉하면 생맥주처럼 부드러운 거품이 올라오는 맥주로 인기를 끈 아사히 생맥주캔은 최근 몇 달간 ‘오픈런’을 해서라도 구하려는 사람들이 전국 매장에서 줄을 서고 있다. 이 마트에선 1주일에 한 번씩 대량 입고되는데, 아침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서 사 간다고 한다. 이날 매장에 있던 다른 아사히 맥주도 거의 동이 난 상태였다.
세종의 대형마트에 놓인 '일본산 수산물을 미취급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문구. 세종=나상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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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수산물을 미취급하고 있습니다.’
바로 근처 수산물 코너엔 곳곳에 이러한 안내문을 게시돼 있었다. 지난달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한 이후 수산물 소비에 대한 불안감이 덮쳤다. 이에 대형마트들도 ‘일본산은 쓰지 않는다’고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리고 나섰다. 마트 관계자는 “2011년 원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일본산 수산물은 10년 넘게 취급하지 않아 왔는데, 이번 방류를 계기로 다시 안심시키기 위해 안내문을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영옥 기자 |
오염수 방류가 이뤄진 지 한 달이 흘렀지만, 과거와 같은 전면적인 ‘노재팬’(No Japan)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방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일본 수산물에 대해선 거부감이 크지만, 그 외 품목에 대해선 이전과 같은 소비 패턴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어패류 수입량은 1622t으로, 전년 대비 24.8% 줄었다. 수입액은 34.8% 감소한 781만 달러로, 코로나19 당시인 2021년 8월(757만 달러) 이후 2년 만에 가장 작은 수치다. 횟감에 주로 쓰이는 활어 수입량도 27.2% 감소했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 일본산 맥주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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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본산 맥주는 지난달 8644t이 수입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323.7% 늘어난 수치다. 수입액으로 따지면 748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3.3% 급증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일본 맥주 수입은 2019년 9월 기준 4t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2000t 수준으로 회복한 이후 수입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수요는 맥주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사케’로 불리는 일본 청주는 13.9% 늘어난 254t이, ‘렉서스’를 필두로 하는 일본 승용차는 47.3% 증가한 2322t이 국내에 수입됐다. 특히 승용차는 수입액(3934만 달러)으로 따지면 82%나 급증했다. 이외에 커피·차류(52.2%), 전자기기(9%), 비디오게임기(9.6%) 등 다른 일본산 소비재도 지난해보다 수입량이 늘었다.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고객들이 차례를 지켜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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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이후 가까운 일본으로의 여행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7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1303만명인데, 이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이 376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관광객의 28.9% 수준으로, 국적별 1위였다. 직장인 이모(32)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도쿄에 다녀올 계획”이라며 “제주도 등 국내 여행과 비교했을 때 항공편을 제외하면 가격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엔 일본에 대한 반감이 전반적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지만, 이번엔 수산물에 국한된 거부감에서 확대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3년간 지속한 노재팬 운동의 효과에 대해 회의감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은 것”이라며 “더이상 과거 광우병 사태처럼 한 가지 의견이 사회를 휩쓸고 지나간다고 소비자들이 맹신하진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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