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징계 회피하기 위해 악용되기도
노사 타결 메커니즘 작동 안 돼
분쟁 장기화 조장…법 취지 퇴색
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
흔히 파업이라 하면 노조원들이 작업을 거부하고, 때로는 공장을 점거해 생산이나 서비스가 중단되는 상황을 생각한다. 실제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이 중단됐다거나 열차편이 취소됐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이처럼 파업이란 근로자가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대신 사용자에게 타격을 입혀 주장을 관철하는 행위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노사 모두가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교섭 타결을 향한 압력이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 산업현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간헐적 파업’은 이러한 전형적 파업과는 조금 다르다. 간헐적 파업이란 ‘조금씩 자주’ 파업을 하는 방식이다. 가령 하루 10분씩 매일 파업을 하는 식이다. 순환 파업과 결합되는 경우 전체 노조원 중 한두 팀 혹은 한두 명만 하루에 1~2시간씩 파업을 하기도 한다.
간헐적 파업에서는 전형적인 파업에서 타결을 촉진하던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우선 간헐적 파업에선 노조원들의 임금 손실이 최소화된다. 하루에 10분만 파업하는 경우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임금 손실이 매우 작고, 심지어 일과 시간에는 파업을 하고 일과 후 잔업을 해서 임금을 보충하는 경우도 많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노동조합이 10분간 파업을 하는 경우 그 전후 생산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10분보다는 더 많은 피해를 입지만 어쨌든 감당하기 어려운 생산 중단이나 손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래서 간헐적 파업은 많은 경우 장기간 계속된다.
이런 파업을 왜 하는 것일까. 경험적으로 주된 이유는 노조 간부의 징계를 막는 것이었다. 많은 사업장에서는 ‘쟁의기간 중에는 일체의 징계를 금지한다’라는 단체협약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쟁의기간 중 신분보장’ 규정은 쟁의행위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소한 질서 위반을 쟁의기간 중에 징계함으로서, 쟁의행위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대 이후 대법원은 쟁의행위와 전혀 무관한 사유로 인한 징계, 쟁의행위 개시 전에 발생한 사유로 인한 징계, 쟁의행위에 실제로 참여하고 있지 않던 노조원에 대한 징계도 이 규정에 따라 금지된다고 판단함으로써 이 같은 규정의 효력을 크게 강화했다. 실제 한 사업장에서는 쟁의행위가 간헐적 파업 방식으로 무려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쟁의행위 기간이므로 근로자가 폭행·상해 등 범법행위를 하더라도 징계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경우가 있다.
징계를 저지하기 위한 파업은 사용자가 징계의사를 포기할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판례에 따르면 한번 징계를 면제하겠다고 약속하면 다시는 동일한 행위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없다. 징계만을 저지하기 위한 파업은 위법하지만, 보통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를 함께 하기 때문에 위법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간헐적 파업의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여러 사안에서 기업들은 징계를 저지하기 위한 ‘간헐적 파업’은 목적과 수단의 상당성을 잃은 위법한 파업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간헐적 파업은 보호받지 못하는 파업이라고 판단해 왔고, 파업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에서도 과도하게 반복되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판단해 왔다는 연구결과도 법원에 여러 차례 제출됐다.
그러나 법원은 판결문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서 ‘간헐적 파업’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러한 쟁점을 피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몇몇 판결문을 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파업이 계속되었다’는 식의 믿기 힘든 사실관계가 기록돼 있다.
쟁의기간 중 신분보장 조항과 간헐적 파업을 통해 사용자의 징계권을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무력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원래 규정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징계 때문에 파업이 진행되고 분쟁이 장기화하는 것도 문제다. 노동법과 판례가 분쟁의 해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분쟁의 장기화를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과 관심이 필요하다.
[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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