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EU 이사회에 안건 제의…국내정치서 카탈루냐계 지지 절실
EU 공식언어 추가시 막대한 행정비용…일부 회원국 회의적
스페인 산체스 총리 대행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공식 언어에 스페인 자치정부인 카탈루냐의 고유 언어를 추가하는 문제가 때아닌 논쟁 중심에 섰다.
EU 27개국 외교장관들은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일반이사회에서 의장국 스페인이 안건으로 제안한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의 EU 공식 언어 추가 여부를 논의했다.
세 가지 모두 스페인 각 지방에서 쓰이는 고유 언어다. 이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카탈루냐어다.
카탈루냐 자치정부와는 오랜 앙숙인 스페인 중앙정부가 앞장서서 카탈루냐어를 추가하자고 밀어붙이고 있는 격이어서다.
바르셀로나가 주도(州都)인 카탈루냐는 1714년 스페인에 병합됐으나 고유한 문화와 역사에 긍지를 느끼는 주민들은 줄곧 스페인 중앙정부에 독립을 요구해왔다.
지난 2017년에는 중앙정부 불허에도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격화했다.
이런 배경에도 스페인 중앙정부가 이례적으로 EU 무대에서 카탈루냐를 지원사격하고 나선 것은 복잡한 스페인의 내정 탓이다.
중도 좌파 성향의 스페인 사회노동당(PSOE)을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의회를 해산시켰다. 그가 '총리'에서 '총리 대행'으로 직함이 변경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7월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우파 국민당(PP)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가 이달 말 실시되는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고, 총선에서 제2당이 된 사회당의 산체스 총리 대행은 위기를 기회 삼아 연임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산체스 총리 대행의 이런 구상이 실현되려면 '카탈루냐를 위해 함께' 등 분리주의 성향 소수 정당의 지지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산체스가 이끄는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어 등을 EU 공식 언어로 추가하자고 드라이브를 거는 것 역시 그 연장선인 셈이다.
현재 EU 규정에 따라 인정되는 공식 언어는 총 24가지로, EU 모든 법규, 결정 사항 등이 24개국 언어로 발행된다.
그러나 EU 공식 언어를 새로 채택하려면 27개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가지 언어나 추가되면 막대한 행정 비용이 뒤따르는 데다 유럽 내에서 사용되는 다른 소수민족 언어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추가로 분출될 수 있다.
이날 EU 일반이사회에서도 일부 회원국이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해 구체적인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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