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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또 중국 눈치 봤나…분쟁지역 쏙 빠진 아세안의 첫 해상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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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일 남중국해서 10개국 훈련 실시
당초 영해권 갈등 지역에서 다른 곳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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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도네시아 바탐섬 바투 암파르 항구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병사들이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바탐=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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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사상 처음으로 10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아세안 일부 회원국들의 긴장이 고조된 시점이어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훈련 장소가 분쟁 지역을 피해 간 것을 두고 중국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19일 인도네시아 언론 베나르 뉴스 등에 따르면, 아세안은 이날 남중국해 최남단인 인도네시아 나투나 해역에서 ‘아세안 연대 훈련’을 시작했다. 각국 육해공군이 참여한 이번 훈련은 23일까지 진행된다. 회원 가입을 준비 중인 동티모르도 함께 했다.

경제와 외교 문제에서 주로 협력해 온 아세안이 군사 훈련을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67년 창설 이후 56년 만에 안보를 위해 손을 맞잡은 셈이다. 아세안은 미국, 중국과 1년씩 번갈아 합동 해상 훈련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힘의 균형을 맞추거나 이해관계가 맞는 특정 국가와 개별 훈련을 실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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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도네시아 리아우주 바탐섬에서 아세안 합동 군사 훈련에 참가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해군 장병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바탐=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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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와파 카리스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 연구원은 베나르 뉴스에 “이번 훈련은 초강대국들의 경쟁이 날로 격화하는 상황에서 아세안이 한데 뭉쳐 지역 평화와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임의로 그은 알파벳 '유(U)'자 형태의 가상 해양 경계선인 '남해 9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 90% 해역의 영유권을 주장한다. 지난달 남중국해 대부분을 중국 바다로 표기한 새 표준 지도를 공개하자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반발했다. 이러한 시기에 합동 해상 훈련을 한 것은 중국 견제가 목적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아세안은 부인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자 이번 훈련을 총괄하는 인도네시아의 유도 마르고노 해군참모총장은 “이번 훈련은 합동 해상 순찰과 재난 구호 등 비전투 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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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훈마넷(왼쪽) 캄보디아 신임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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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극 피하려고 훈련 지역 변경했을 것"


아세안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시작했지만, 오히려 동남아 각국이 중국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시선도 있다. 이번 훈련은 당초 중국과 영해 분쟁 중인 인도네시아 나투나 북부 해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돌연 훈련 장소가 남해 9단선에서 살짝 비껴 난 남부 해역으로 변경됐다.

인도네시아군은 “(남부 지역에) 재해 발생이 잦은 만큼 재난 훈련을 위해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는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 뒤에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거센 반대가 있다고 주장한다.

에밀 라디안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파라마디나대 국제관계학 박사는 “중국 입장에선 이번 훈련을 동남아 국가들의 군사 동맹 구축 시도로 인식할 수 있다”며 “아세안이 중국 자극을 피하려고 손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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