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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스프] 분노 폭발의 순간에 당신이 기억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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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조동찬] 분노의 뇌과학…열쇠는 '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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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위험한 분노 지수

부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성 두 명과 여성 한 명이 술을 마셨다. 한 남성과 여성은 연인 관계였고 남성들은 선후배 관계였다. 기분 좋게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술자리가 별안간 살인 현장으로 바뀌었다. 선배 남성이 후배 남성을 흉기로 찌른 것이다. 후배 남성이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고, 선배 남성은 등을 두드려 주었는데 이때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순간의 분노가 대형 범죄로 이어지는 일은 국내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2021년 경찰청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년 발생한 범죄 124만 7천680건 중 23만 8천243건(19.1%)이 우발적으로 발생했다. 강력 범죄일수록 우발성의 비율은 커졌는데 폭력 범죄의 44.7%, 살인·살인 미수 범죄의 34.4%가 우발적이었다. 우발적 범죄가 많은 것은 우리 사회의 분노 지수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조사에서 한국인의 52%는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11%는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찰랑찰랑한 분노의 컵이 쉽게 넘친다



직장인 A 씨는 아이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하던 중 좁은 골목길에서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를 마주했다. 두 차가 모두 자신의 오른쪽 벽으로 바짝 붙어야 진행이 가능해 보였는데, 마주 오던 차는 진로를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멈추었다. 아마도 운전이 능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A 씨는 마주 오는 차에 자신의 차를 바짝 붙이고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약간 신경을 쓰면 그냥 통과할 수 있는 골목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제가 욕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죠. 제가 평소에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라서 그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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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를 하는 A 씨 부부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양가 부모님이 멀리 떨어져 있어 육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기로 했다. 서로 직장을 다니는 부부가 온전히 육아를 감당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아내가 직장에서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A 씨는 자신의 약속을 깨야 했다. 이날도 A 씨는 급하게 집으로 와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중이었다.

"분노 지수가 10일 때 폭발한다고 하면 제 평소 분노 지수는 7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가 조금만 시비를 걸어도 자주 폭발하는 것 같습니다."

비어 있는 컵은 쉽게 넘치지 않지만 찰랑찰랑 차 있는 컵은 조금만 물을 부어도 넘친다. 이 원리는 분노 폭발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에는 집에서 들은 사소한 잔소리에도 크게 폭발하는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은 자신의 평소 화 상태를 정확하게 간파하는 것만으로도 분노 폭발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분노 상태를 먼저 인정해야 컵에 찰랑찰랑한 분노를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에게 어떤 일로 화가 나 있는지 차분하게 돌아보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화나게 하는 사람에 대한 대처



"화병 탓에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90%는 바로 인간관계 불화가 원인입니다."

수면의 권위자 신철 박사(고려의대 명예 교수,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내과 전문의)는 불면증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가 차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사람 관계라고 설명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 때문에 '내 분노의 컵이 넘칠락 말락'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화나게 하는 사람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직장 상사이거나 동료 혹은 가족이라면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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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게 하는 사람에게 직접 화를 내는 것은 가장 좋지 않다. 그 이유는 영국 런던 대학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화가 났을 때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 기능 MRI를 찍어봤다. 평소에 파랗게 안정된 여러 영역들이 화가 나자 빨갛게 변했다. 빨갛게 변한 부분은 바로 언어와 행동을 담당하는 곳이었는데, 이런 탓에 화가 나면 말과 행동이 험악해지는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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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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